선거·월드컵… 그날 닮은 오늘, #효순·미선 미안해, 기억할게

열여섯 번째 추모제

당시처럼 대형 이슈 겹친 날
사고현장에 시민 100여명 모여
“한반도 진정한 평화 찾아와야
아이들 떠나보낼 수 있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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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2년 주한미군 장갑차에 치여 숨진 신효순·심미선양의 16주기 추모제가 13일 사고 현장인 경기 양주시 광적면 효촌리의 한 지방도로에서 열리고 있다. 이날 추모제에는 효순·미선평화공원조성위원회 소속 시민단체 회원들과 일반시민 등 100여명이 참가했다. 연합뉴스

“아직도 미안하다.”

서른이 돼야 했을 두 소녀는 여전히 열네 살의 앳된 모습이었다. 그날의 슬픔도 소녀들의 모습처럼 사진 속에 그대로 박혀 있는 듯했다. 중학교 2학년생이던 신효순·심미선양이 친구 집에 놀러 가던 길에 주한미군의 장갑차에 치여 목숨을 잃었던 2002년 6월 13일에도 지방선거가 치러졌다. 또 한·일월드컵에서 한국의 16강 진출을 결정 짓는 포르투갈과의 조별 예선 3차전을 하루 앞둔 날이기도 했다. 운명의 장난처럼 16주기인 13일은 2018 러시아월드컵 개막을 하루 앞두고 있었다.

이날 경기 양주시 광적면 효촌리 효순미선평화공원 부지에서 열린 효순·미선이의 열여섯 번째 추모제는 그래서 더 아프게 다가왔다. 사고 현장인 양주시 광적면 효촌리 56번 국도를 따라 100여명의 추모객이 걸었다. 아직도 두 소녀에게 미안하다는 듯이 사고 현장을 멍하니 바라보는 시민들도 있었다.

16년 전 효순이와 미선이의 죽음은 지방선거와 월드컵으로 관심을 받지 못했다. 이후 운전을 한 미군 병사에게 무죄 평결이 내려지면서 시민들이 진상 규명과 해당 미군의 처벌을 요구하며 거리로 나왔다. 당시 서울 광화문을 중심으로 열린 효순·미선양 추모제는 첫 촛불 집회로 기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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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 신효순·심미선 살인사건 범국민대책위원회’가 지난 2002년 7월 경기 정부과천종합청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미국 측에 가해자인 미군 장갑차 운전병에 대한 형사재판 관할권 포기 요청을 하라고 법무부 장관에게 촉구하고 있다.
서울신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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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년 시민단체들이 서울 광화문에서 3주기 추모 촛불집회를 벌이는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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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4주기 추모 집회에서 시민들이 헌화하는 사진.
연합뉴스

문홍주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공동대표는 “국민들이 월드컵 경기에 열중하느라 두 소녀의 죽음을 미처 알지 못했다”며 “미안한 마음을 안고 촛불을 들었다”고 말했다. 문 공동대표는 “16년 전과 너무나 비슷한 상황에서 올해 추모제가 열렸다”면서 “마치 두 소녀가 처음 촛불을 들 때 그 마음으로 돌아가 달라고 부탁하는 것만 같다”고 입을 뗐다. 그러면서 전날 열린 북·미 정상회담을 언급하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연합 훈련 중단을 언급한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면서 “남북, 북·미 사이 대결이 없어진다면 그때야 아이들을 훨훨 홀가분하게 떠나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재영 효순·미선평화공원조성위원회 공동대표도 “우리 앞에 온 한반도 평화 기회를 잘 살릴 수 있도록 마음을 모으자”고 말했다.

이날 추모제에서는 사고 당시 효순·미선양과 나이가 같은 김민성(14·김천 율곡중)양이 두 여중생을 기리는 편지글을 낭독했다. “평화 바람이 한반도에 불어오고 화해의 악수도 했어.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 일어난 거야. 나는 살아 있는 효순이, 미선이가 돼서 6월 13일이면 너희를 만나러 올게.”

서울에서 10살, 6살배기 두 아들과 함께 이곳을 찾은 전연옥(49·여)씨는 “역사적인 북·미 정상회담도 있고 해서 아이들에게 현장을 보여 주기 위해 왔다”면서 “효순이와 미선이의 부모 마음이 얼마나 참담했을지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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