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해빙] 기차타고 유럽행…상상에서 현실로 ‘큰 첫걸음’

김태이 기자
업데이트 2018-06-13 09:41
입력 2018-06-13 09:41
기차를 타고 유럽 대륙으로 여행을 떠나는 꿈은 언제쯤 현실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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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X광명역에 설치된 광명~파리행 유라시아 대륙철도 가상열차표 예매소에서 양기대(왼쪽 두 번째) 시장과 첫 예매자인 이돈창 어르신 3대 가족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광명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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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2 북미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열리는 것을 지켜본 많은 사람들이 어쩌면 머지않은 미래에 유럽행 열차에 오르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실제로 부산에서 KTX를 타고 북한을 통과해 중국을 지나 유럽에 도착하는 꿈은 이제 현실로 바뀔 수 있는 전환점을 맞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 국민이 북한 지역을 통과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을 가정했을 때 서울에서 북한-중국 국경까지는 이미 철도 연결이 예약돼 있다.

남북은 두 차례의 정상회담을 통해 경의선(서울~신의주)의 현대화와 동해북부선 연결을 약속한 바 있다.

경의선은 이미 연결돼 있으나 북측 구간이 노후화돼 현대화가 필요하고, 동해북부선은 남측 강릉∼제진(104㎞) 구간이 단절된 상태다.

두 노선의 경협이 중요한 것은 단순한 남북 열차 연결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두 노선을 타고 유라시아 대륙 철도까지 우리 열차가 운행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경의선의 경우 중국 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을 통해 중국대륙철도(TCR)로 갈아탈 수 있다.

동해북부선이 연결되면 라진 선봉에서 중국 연변자치주 투먼(圖們)을 경유해 만주횡단철도(TMR)로 가거나 러시아 하산을 통해 시베리아횡단철도(TSR)로 넘어갈 수 있다.

남북 철도 노선을 경유해 유럽 여행까지 한다면 여행 시간 등을 감안해 일반 열차보다는 고속열차를 이용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대륙 전역에 걸쳐 고속철도 2만1천㎞를 설치했고 단둥에도 고속철도를 연결해 놓았기에 경의선 라인으로 남북 고속철도가 깔리면 고속열차를 타고 유럽까지 여행할 수 있다.

단, 고속철도를 이용하려면 고속철도 전용 노선을 새로 건설해야 한다.

우리나라가 대륙철도를 이용할 수 있는 여건도 무르익고 있다.

우리 정부가 최근 키르기스스탄에서 열린 국제철도협력기구(OSJD:Organization for Cooperation of Railway) 장관급 회의에서 정회원으로 가입했기 때문이다.

OSJD는 유라시아 대륙철도 등의 운송과 관련한 제도와 운송협정을 마련하고 기술 분야 협력을 추진하는 국제기구다.

이번 정회원 가입으로 우리나라는 OSJD가 관장하는 국제철도화물운송협약(SMGS), 국제철도여객운송협약(SMPS) 등 유라시아 철도 이용에 중요한 협약들을 다른 회원국들과 체결한 것과 같은 자격을 얻었다.

화물운송 통관절차에서도 회원국 간 우대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유라시아 대륙열차를 타고 이동하려면 다수의 국가를 통과해야 한다.

OSJD에 가입되지 않으면 이들 개별 국가와 일일이 철도 이용과 관련한 협정을 맺어야 하는데, 이를 ‘한방’에 해결할 수 있는 것이 OSJD 가입이다.

그러나 남북열차 구축과 이를 통한 대륙열차 연결은 어디까지나 예상 가능한 상황일 뿐, 무엇보다 북한의 뜻이 중요하다.

남북 열차를 연결하거나 고속열차를 건설할지는 결국 북한의 의사 결정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13일 “이제 철도나 도로 연결 등 경협을 추진하기 위한 남북 공동연구를 제안해 놓은 상태여서 구체적으로 어떤 노선이 연결, 개량될지는 지금으로선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경협이 북한 땅에서 이뤄지는 만큼 북한의 뜻이 무엇보다 중요하기에 남북간 대화를 통해 우선 과제를 도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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