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2 북미 정상회담] 김정은, 종료시점 못박아…트럼프도 귀국길 앞당겨

하종훈 기자
하종훈 기자
업데이트 2018-06-12 23:38
입력 2018-06-12 23:10

金위원장보다 먼저 떠나 미국행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6시간 가량의 짧은 북·미 정상회담 일정을 마친 뒤 귀국길에 나섰다. 김 위원장이 이번 회담의 ‘데드라인’을 미리 확정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싱가포르 방문 일정도 단축된 것으로 알려진 만큼 김 위원장의 의중에 관심이 쏠린다.

정상회담을 마친 김 위원장은 이날 오후 2시 15분(한국시간 오후 3시 15분) 북측 대표단이 머물러 온 싱가포르 세인트리지스호텔에 도착했다. 오전 8시 13분 정상회담을 위해 호텔을 빠져나간 지 약 6시간 만이다. 앞서 지난 10일 북한에서 싱가포르로 김 위원장을 태운 중국국제항공(에어차이나) 소속 보잉 747기가 이날 오후 베이징에서 이륙했다. 김 위원장은 이 항공편과 전용기 ‘참매 1호’ 등을 동원해 북한으로 복귀한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 통신은 미 행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김 위원장이 싱가포르 정상회담 종료 시점을 미리 확정해 트럼프 대통령의 출발 일정도 조정하게 됐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이 잘 진행되면 얼마든지 싱가포르에 더 머무를 생각이 있었지만, 김 위원장이 출발 일정을 못박으면서 그에 맞춰 당일날 떠나기로 했다는 설명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초 13일 오전 싱가포르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결국 이날 오후 6시 30분쯤 김 위원장보다 먼저 귀국길에 올랐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김 위원장 입장에서는 이번 회담에서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었기 때문에 이 수준에서 충분하다는 고려가 이뤄진 것”이라며 “회담을 더이상 질질 끌 필요가 없고 나머지 문제는 추후 회담에서 논의해도 된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북·미 정상회담은 김 위원장이 사전에 일정을 공개적으로 밝힌 첫 해외 방문이다.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의 혈육인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부부장이 동행한 데다 최룡해 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이 북한을 ‘대리 관리’하는 상황에서 권력 공백 가능성과 군에 대한 통제가 우려돼 귀국 일정을 앞당겼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싱가포르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2018-06-13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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