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철통 뒷문 비결 ‘직구’에 물어봐

한재희 기자
업데이트 2018-06-11 01:47
입력 2018-06-11 01:38

구원 선두 한화 정우람 인터뷰

직구 수직 변화·회전수 높아
공 뜨는 듯 착시… 헛스윙 유도
체인지업과 섞으면 더 효과적
“힘 비축해 시즌 끝까지 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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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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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람(33·한화)은 평정심을 찾으려 노력 중이다. 벌써 21세이브(1위)에 도달한 그를 놓고 주변에서는 50세이브에 도전하라고 부추기지만 그럴 때면 “딱히 욕심이 안 난다”며 심드렁해한다. 다른 팀의 마무리 투수들은 부진이 깊은데 홀로 잘나가는 비결이 뭐냐고 물으면 “그냥 열심히 던지는 것이다. 정답은 없다”는 싱거운 답만 돌아온다. 평균자책점 1.37에다 KBO리그 5월 최우수선수상(MVP)까지 거머쥔 정우람이지만 이런 때일수록 마음을 가라앉히고 매 순간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8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만난 정우람은 “세이브를 많이 쌓는 것보다 팀이 좋은 방향으로 가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이 목표”라며 “초반 페이스가 좋다고 끝까지 그렇게 가는 것은 어렵다. 체력관리를 잘해서 여름을 버텨내야 하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이어 “요즘이 딱히 전성기라고 여기지 않는다. 항상 지금이 최고의 순간이길 바라면서 야구를 하고 있다”며 “매 경기 1세이브를 목표로 하다 보면 커리어하이(30세이브)도 넘길 수 있을지 모른다”고 덧붙였다.

올 시즌 정우람의 빼어난 성적을 놓고 다양한 분석이 나온다. 애슬릿 미디어에 따르면 직구의 수직 변화량은 51.89㎝(KBO 평균은 43.18㎝), 공 회전수는 2316RPM(KBO 평균은 2216RPM)에 달한다. 둘 다 KBO 평균을 웃도는데 홈플레이트 근처에서 공이 살짝 뜨는 듯한 효과가 나서 타자의 헛스윙이나 뜬공이 자주 나온다. 정우람의 체인지업 수직 변화량(38.32㎝)이 직구와 13㎝나 차이가 나는데 두 구종을 섞어 던지니 타자들이 정신을 못 차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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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더해 투구 관리가 제대로 되는 덕도 보고 있다. 지난해에는 1이닝을 초과해 공을 뿌린 경우가 56경기 중 21경기(37.5%)나 됐는데 올해는 27경기 중 3경기(11%)밖에 안 된다. 새로 지휘봉을 잡은 한용덕 한화 감독은 불펜 투수들이 하루 30구 이상 던지면 이튿날 연투를 금하는 등 각별히 챙기고 있다.

정우람은 “내 공이 딱히 치기 어렵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직구 평균 구속인 140㎞에 비해 공이 빨라 보인다고들 말하는데 난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한 타자를 잡기 위해 경기 중 긴장감을 잘 유지하고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면서 몸부림친 결과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나 자신을 믿고 던지고 있다. 그냥 140㎞를 던지는 것과 이 악물고 던지는 것은 다르다. 모든 것은 마음가짐에서 나타난다”고 덧붙였다.

80경기쯤 남은 올 시즌 목표를 묻자 정우람은 짐짓 진지한 표정으로 돌아갔다. 한화를 11년 만에 가을야구로 이끌겠다거나 한화 선수로 22년 만에 세이브왕을 거머쥐겠다는 등의 거창한 목표는 없었다. “팀이 고른 활약을 해야 지금처럼 좋은 모습을 보여 줄 것 같습니다. 힘을 비축하고 체력관리를 잘해서 시즌이 끝날 때까지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습니다.”

대전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2018-06-11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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