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분 잊은 박동원·조상우…고통은 ‘남겨진 자들’ 몫

신성은 기자
업데이트 2018-05-24 11:37
입력 2018-05-24 11:36

감독은 죄인처럼 카메라 앞에 서고 선수들은 무기력한 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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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 구단 포수 박동원과 마무리 투수 조상우 등 2명이 성폭행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가운데 넥센 선수들이 23일 오후 굳은 표정으로 인천시 남구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 들어서고 있다. 넥센 히어로즈는 이날 이곳에서 SK 와이번스와 경기를 앞두고 있다. 2018.5.23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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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과 사고가 끊이지 않는 프로야구에서 있어서는 안 될 일이 다시 벌어졌다.

넥센 히어로즈 소속 포수 박동원(28)과 투수 조상우(24)는 23일 오전 인천의 한 호텔에서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앞두고 있다.

두 선수는 “억울한 점이 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애초에 원정 숙소에 외부인을 무단으로 데려온 것 자체가 프로 선수로 용납하기 힘든 행동이다.

박동원은 2014년 후반기 주전 자리 포수 자리를 꿰찬 뒤 꾸준히 안방을 지킨 선수이며, 조상우는 시속 157㎞ 강속구를 던져 향후 리그를 이끌어 갈 선수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본분을 잊고 본능에만 이끌려 행동한 탓에 구단과 동료는 물론이며 팬에게 깊은 상처를 남겼다.

이장석 전 대표의 구속 이후 구설이 끊이지 않는 넥센은 2008년 창단 후 가장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팀의 주축 선수에게 뒤통수를 맞은 구단은 크게 당황하고 있다.

사건이 알려진 뒤, 장정석 넥센 감독은 인천 SK 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릴 SK 와이번스전을 앞두고 카메라 앞에 섰다.

양 주먹을 불끈 쥔 채 더그아웃에 들어온 장 감독은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박동원과 조상우가 선수단 숙소에 외부인을 들여온 사건의 책임 소재를 굳이 따지자면 장 감독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

그러나 프로야구 감독이 성인 선수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해야 한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수년 전에는 한 구단이 선수단을 관리한다는 명목으로 호텔 폐쇄회로 TV를 열람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평소 자유로운 분위기의 넥센 선수단도 분위기가 깊게 가라앉았다.

입을 닫은 선수들은 말없이 방망이를 휘두르고, 경기에 앞서 묵묵히 식사했다.

결국, 넥센은 23일 SK전에서 무기력한 경기 끝에 2-13으로 패했다.

넥센은 에이스 에스밀 로저스가 출격했지만, 선수들은 허리춤에 타이어를 하나씩 매달고 경기하는 것처럼 제 기량을 펼치지 못했다.

KBO 사무국이 두 선수에 대해 참가활동정지를 내리면서 넥센은 당분간 두 선수 없이 경기를 치러야 한다.

만에 하나 법적인 책임을 벗어 버린다고 해도, KBO리그와 구단 자체 징계를 피하기 힘들 전망이다.

조상우가 맡았던 마무리 투수 자리는 우완 투수 김상수가 물려받는다.

또한, 안방 마스크는 김재현과 주효상이 번갈아가며 쓸 것으로 보인다.

넥센 구단은 남은 자들이 받은 깊은 상처를 보살피는 게 급선무가 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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