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美 ‘많은 안전제공’ 언급에 적극 대화로 화답할까

강경민 기자
업데이트 2018-05-18 10:47
입력 2018-05-18 10:47

비핵화 조건으로 美적대정책 전환 요구 일단 충족22일 한미정상회담서 北체제보장 밑그림 나올지 주목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기꺼이 안전보장을 제공하겠다고 공식 언급함에 따라 한미 양국을 향한 북한의 불만을 누그러뜨릴 수 있을 지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옌스 스톨텐베르크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무총장의 방문을 받은 자리에서 ‘미국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안전보장을 제공할 것이냐’는 질문에 “나는 기꺼이 많이 제공하고자 한다. 그는 보호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두 차례 방북하고 북미 양국이 사상 첫 정상회담에 합의하는 등 관계 개선을 위한 걸음을 뗐지만, 미국 최고지도자인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대한 ‘체제 안전보장’에 공언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북한의 비핵화 방식이 리비아식 모델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북한은 리비아식 모델에 대해 북핵폐기를 앞세워 김정은 정권의 붕괴를 노리는 의도로 간주하며 절대 수용 불가 입장이라는 점에서 기대해온 발언이라고 할 수 있다.

북한이 북미정상회담을 목전에 두고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의 담화 등을 통해 미 행정부에서 나오는 일방적인 핵폐기 발언들에 정상회담 재검토까지 시사하며 ‘몽니’를 부렸던 만큼 어느 정도 불만을 해소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당장 공식적인 반응을 보이지는 않겠지만, 내부적으로 나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비핵화 준비를 지속해 나갈 것이라는 관측이다.

사실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대신 미국으로 받으려고 하는 것은 북미관계 정상화다. 또 관계 정상화를 위해서는 한미군사연습 중단과 경제제재 해제, 북미수교 같은 체제안전 보장 조치가 우선돼야 한다는 게 그동안 북한이 일관하게 보여온 요구사항이다.

반세기가 넘도록 대립해온 북미관계를 해소해야만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도약할 수 있고 외국투자의 확대를 통해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 때문에 북한은 미국 측에 체제 안전보장을 시종일관하게 요구했고 지난 9일 방북한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회동에서도 이에 대해 의견교환이 있었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북한 매체들은 이 회동에서 “만족한 합의”를 봤고 특히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폼페이오 장관에게 “(트럼프) 대통령이 새로운 대안을 가지고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데 대해서와 조미(북미) 수뇌상봉에 대한 적극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는 데 대하여 높이 평가하고 사의를 표하셨다”고 전했다.

북한이 완전한 핵폐기 대신 미국으로부터 만족할만한 체제 보장 약속을 얻어냈을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이에 상응해 북한 역시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 조치에 대한 의지를 피력했을 가능성도 크다.

하지만 폼페이오 장관이 귀환한 이후 미 행정부 내에서는 체제안전 보장에 관한 발언은 일절 나오지 않은 채 북한의 일방적인 핵 폐기 조치에 대한 발언들이 쏟아졌다.

더욱이 북한에 배타적이라 할 수 있는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리비아 모델 등을 언급하며 북한의 일방적인 항복을 요구하는 듯한 발언을 이어갔다.

그런 와중에 핵폭탄을 장착할 수 있는 전략폭격기 B-52와 스텔스 전투기 F-22 등 미국의 전략자산이 동원된 대규모 맥스선더 한미연합훈련 보도가 나오자 핵실험장 폐쇄 등 핵포기 행보에 적극적이던 북한은 인내심의 한계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김계관 제1부상은 지난 16일 담화에서 “우리는 이미 조선반도(한반도) 비핵화 용의를 표명하였고 이를 위해서는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과 핵 위협 공갈을 끝장내는 것이 그 선결조건으로 된다는 데 대하여 수차에 걸쳐 천명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체제안전 보장 약속은 빈말이며 사실상 김정은 체제의 붕괴를 노리고 핵협상에 나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공개적으로 드러내며 반발한 셈이다.

따라서 북한은 미국이 진정 비핵화를 원한다면 체제보장을 위한 조치에 대한 약속과 합의 이행을 하겠다는 믿음을 줘야만 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미국과 대화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오는 22일 한미정상회담에서 북한에 대한 체제안전보장 조치와 관련한 의미 있는 합의가 나올지 주목된다.

한미정상회담에서 북한의 비핵화를 이룰 수 있는 좀 더 구체적인 그림들이 나오면 북한의 비핵화 행보에 더욱 탄력이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은 그동안 나름 트럼프와 볼턴 개인을 분리해 신중하게 대응해온 만큼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공식 입장을 내놓기보다는 물밑 접촉으로 회담 분위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한미정상회담에서 의미 있는 결과가 도출될지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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