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시간주립대 ‘사죄’

“나사르 성범죄 막지 못했다” 332명 등에 5400억원 배상

미국 미시간주립대가 30년 넘게 체조선수 등을 성적으로 유린한 래리 나사르(54)의 범행을 차단하지 못한 잘못을 인정하고 여성 330여명에게 5억 달러(약 5400억원)를 배상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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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래리 나사르.
AP 연합뉴스

이 대학 이사회는 16일(현지시간) 피해자들에게 진심으로 사죄한다는 뜻을 표시한 뒤 원고 여성들의 법률 대리인들과 이런 내용으로 법정 화해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5억 달러 가운데 4억 2500만 달러는 현재의 원고 332명에게 지급하고, 나머지 7500만 달러는 앞으로 나올 원고 몫으로 배정했다. 다만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법률회사 ‘맨리 스튜어트 앤드 피날디’는 원고들에게 어떻게 배상금을 나눠 지급할지는 밝히지 않았다고 영국 BBC가 전했다.


이번 법정 화해는 지난해 펜실베이니아주립대가 풋볼 코치 제리 샌더스키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여성 35명에게 지급한 1억 900만 달러의 5배 가까이 된다.

이 대학은 몇 년 동안 나사르의 가혹한 범죄에 대해 이어진 피해자들의 호소를 무시했다는 비난을 받아 왔다. 원고 여성들은 법정에서 나사르의 추악한 죄상보다 대학의 무성의한 대처에 더 강한 분노를 표시한 터였다.

사상 최악의 성폭행·성추행범이라는 낙인이 찍힌 나사르는 연방법원으로부터 아동 포르노 소지 혐의 등으로 60년형을 선고받아 복역 중이다. 형량을 채워 석방되더라도 미시간주 법원이 선고한 두 가지 실형이 기다리고 있다. 2012년 런던올림픽 대표팀이 미시간주 디먼데일에서 운영하던 체조클럽 트위스터즈에서 체조선수들을 잇달아 성폭행·성추행한 혐의 등이 유죄로 인정돼 미시간주 이턴카운티 순회법원에서 최고 징역 125년을 선고받았다. 또 잉엄카운티 법원에서는 다른 죄목으로 최고 징역 175년이 언도됐다.

법정에 나와 나사르의 범행을 증언한 체조선수 등은 156명에 이른다. 올림픽에서 모두 6개의 메달을 딴 체조스타 알렉산드라 레이즈먼이 방송에 출연해 나사르의 성추행 사실을 고발했으며, 런던올림픽 체조 단체전 금메달리스트 맥카일라 마로니도 13세 때부터 나사르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트위터를 통해 폭로했다. 루 애나 사이먼 미시간주립대 총장이 사임하고 스티브 페니 전 미국 체조협회장과 체조협회 이사진이 전원 사퇴하는 등 후폭풍이 따랐다.

그러나 나사르의 범행을 맨 먼저 들춰냈던 레이철 덴홀랜더는 법정 화해를 반기면서도 이 대학에 대해 “개혁할 기회를 놓쳤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