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아내가 변했다/진경호 논설위원

입력:04/16 23:16 수정:04/17 09:27

전엔 그랬다. 어쩌다 아내와 TV 드라마를 볼 때면 절대 해선 안 되는 금기어가 있었다. “쟤 누구야? 예쁘네!.” 쟤가 누구냐고? 불행하게도 그 예쁜 여주인공 이름을 한 번도 아내에게 들어 본 적이 없다. “예쁘긴 뭘 예뻐. 다 뜯어고친 얼굴이네.” 타박만 받았다. 그 뒤론 ‘예쁜 쟤’는커녕 그 드라마 자체를 보기 어려워졌다. ‘예쁜 쟤’를 TV에서 계속 보려면 일단 쟤를 향해 커진 동공부터 숨겨야 했다. 절대 쟤 이름을 물어서도 안 됐다. “쟨 연기가 왜 저래?” 이래야 다음 주에도 쟤를 볼 수 있었다.


바뀌었다. “호오, 쟤 누구지? 화면이 확 사네~.” “그러게. 어쩜 저렇게 늘씬해. 얼굴은 사과만 하고, 하 참 예쁘네.” 같이 감탄한다.

그러고 보니 아내의 변화는 또 있었다. 늦은 밤 전화다. 사라졌다. 자정을 넘겨도 더는 “언제 와?” 하고 묻지 않는다. 조심스레 방문을 열고 들어가면 한참 전에 잠든 기색이다.

이제 이 사람도 늙는구나, 삶에 좀 여유가 생겼구나 했다. 한데, 가만 보니 그게 아닌 듯하다. 내가 늙은 걸, 한눈팔아도 별수 없는 걸 알아버린 게 분명하다. 변한 건… 아내가 아니다. 이런.

jade@seoul.co.kr

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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