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물로 방치된 군사시설 3500여곳 싹 정리한다

권익위, 국방부에 개선안 권고

정부가 전국적으로 사용하지 않고 방치된 경계초소 등 국방·군사시설 3500여개에 대해 일제 정리·개선하기로 했다. 이 시설들로 인해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지정된 탓에 지역개발이 제한되고, 오래된 폐타이어·철조망으로 환경오염이 유발된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특히 일부 지역에선 ‘방치된 탱크’까지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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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지자체에 무단 설치됐다가 부실하게 철거된 것으로 보이는 내무반 막사.
국민권익위원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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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사용 군사시설을 조사하다 발견한 ‘방치된 탱크’(원 안).
연합뉴스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동·서·남해안 지역을 대상으로 미사용 국방·군사시설 실태에 대한 기획조사를 한 뒤 일제 정리 및 개선방안을 국방부에 권고했다고 16일 밝혔다.

권익위가 이처럼 실태조사에 나선 까닭은 해안 지역에 방치된 국방·군사시설에 대한 민원이 지속적으로 접수됐기 때문이다.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해안 지역의 군사시설 철거와 관련한 민원 75건이 제기됐고, 내륙과 주거지역에는 165건의 민원이 제기됐다. 이에 권익위는 인력 10여명을 투입해 휴전선 밑 전국 해안 8695㎞(12개 사단, 55개 지자체)를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벌였다. 충청 지역은 해안선을 돌며 전수조사했고, 전라·경상지역은 지자체별 2~3개 지역을 골라 현장조사를 벌였다. 경기·강원지역은 의견수렴 방식으로 조사했다.

그 결과 권익위는 3500~4000개에 이르는 문제 시설을 발견했다. 다만 정확한 집계는 내지 않았다. “현장조사를 해본 결과 방치된 군사시설이 너무 많이 숫자를 세는 게 무의미했다”는 게 권익위의 설명이다. 권익위 관계자는 “1960~1980년대까지만 해도 해안선 인근은 병력 위주의 방어를 펼쳐 경계초소 등을 설치했지만, 1990년대 접어들어 과학화 감시장비가 발달해 기존 시설의 사용 수요가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며 “이는 자연스럽게 방치현상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보면 크게 네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무단 설치된 국방·군사시설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인한 부당한 재산권 제한 ▲건축 폐기물 방치 등 환경오염 유발 ▲안전조치가 필요한 시설 등이 그렇다. 물론 이런 유형이 딱 나뉘는 건 아니다. 한 지자체에 설치된 경계초소는 사유지에 무단으로 설치돼 있으면서, 유휴시설임에도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어 민간의 재산권 행사를 방해하고 있었다. 전남 진도군의 한 지역은 사유지 내 군사시설이 무단으로 방치돼 있어 인근의 휴양지 개발을 막기도 했다. 특히 어떤 지역은 군사시설을 철거했음에도 건축 폐기물이 수거되지 않아 환경오염 및 우범지대화될 우려도 있었다. 일부 지역에선 방치된 탱크가 고스란히 남아 있기도 했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이번 사안과 관련해 “군 주둔으로 인한 국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적극적이고 선제로 제도를 개선하고, 지역 주민과 상생하는 군사시설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군 작전수행에 제한이 없도록 하면서 국민 편익과 지역 균형발전을 높인다는 게 기본 입장이다. 국방부는 실태 전수조사, 합동 현장검증, 시범사업 추진, 관련 법령·제도개선 등 국방·군사시설의 정리 및 개선을 원활하게 추진하고자 권익위와 긴밀히 협업 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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