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반전 뒤 ‘철녀’ 리더십 있었다

김경두 기자
김경두 기자
업데이트 2018-03-20 18:53
입력 2018-03-20 18:12

PO 2차전 국내 선수만 출전 기업은행 잡고 승부 원점 돌려…이도희 감독 “조직력으로 승부”

누가 같은 팀이라고 생각할까. 지난 17일 여자프로배구 플레이오프(PO) IBK기업은행과의 1차전에서 0-3으로 무기력하게 물러났던 현대건설이 이틀 만에 끈끈한 조직력을 갖춘 팀으로 바뀌었다. 이런 반전에는 선수 시절 ‘컴퓨터 세터’, ‘철녀’로 명성을 드날린 이도희(50) 감독의 리더십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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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희 감독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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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감독은 지난 19일 IBK기업은행과의 PO 2차전에 앞서 “국내 선수들만 출전시켜 승부를 보겠다”고 밝혔다. 고육지책이었지만 멋지게 맞아떨어졌다. 정규리그 막판에 외국인 선수 엘리자베스 캠벨(24·미국)이 발목 부상으로 팀을 떠났고, 부랴부랴 데려온 소냐 미키스코바(29·체코)는 적응 실패로 현재 전력에서 이탈한 상태다.

그래서 꺼낸 카드가 국내 선수만으로 꾀한 조직력 강화였다. PO 1차전 패배를 포함해 최근 7연패를 기록한 현대건설로서는 배수진을 친 셈이었고, 선수들도 ‘지면 끝’이라는 각오로 지시를 120% 수행했다.

이 감독은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경기했다. 선수들도 그렇게 생각하고 나선 것 같다. 경기 중에 주문한 것도 ‘우리에게는 이번 시즌 마지막 경기나 다름없으니 재미 있게 하자’였다. 이런 부분이 맞았다”고 말했다.

교체 카드도 적절했다. 1세트 중반에 ‘베테랑’ 한유미(36)를 투입하면서 분위기가 서서히 바뀌었다. 정규 시즌 중 고작 6경기에 출전해 16득점에 그쳤던 그가 이날 공격에서 10득점을 올렸다. 또 안정된 리시브로 수비진을 이끌자 센터진도 덩달아 살아났다. 양효진(29)과 김세영(37)이 상대 주포 메디(25·미국)의 공격을 차단했고 속공으로 힘을 보탰다. 현대건설의 자랑거리인 ‘높이의 배구’가 가능해지면서 세트 스코어 3-1로 역전승을 거뒀다. 이 감독은 “조직력으로 승부를 걸어 이겼다. 3차전도 국내 선수로만 꾸리겠다”고 말했다.

‘봄 배구’의 강자 IBK기업은행이 손쉽게 챔피언 결정전 진출 티켓을 거머쥘 것으로 보였지만 역시 공은 둥글다. 3차전은 21일 경기 화성체육관에서 열린다.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2018-03-21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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