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트트랙 ‘양강’ 깨져 4년 뒤 춘추전국 예고

김민수 기자
업데이트 2018-02-23 18:51
입력 2018-02-23 17:44

외신, 한국 金 싹쓸이 점쳤지만 3개, 中 1개 그쳐… 伊ㆍ헝가리 기량 과시

한국과 중국이 주도하던 세계 쇼트트랙 판세가 흔들리고 있다. ‘변방’으로 여겨졌던 국가들이 평창에서 눈부시게 선전해서다. 이 때문에 4년 뒤 베이징동계올림픽 쇼트트랙은 ‘춘추전국시대’로 점쳐지고 있다.

한국 쇼트트랙은 평창동계올림픽에서 모두 8개 금메달 중 6개 이상을 쓸어 담을 태세였다. 심지어 AP통신은 7개를 휩쓸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잇단 불운 등으로 금 3개를 수집하는 데 그쳤다.

역대 최대 규모의 선수단을 파견한 차기 개최국 중국도 금 1개(남자 500m 우다징)를 건지는 데 머물렀다. 중국은 역대 올림픽에서 일군 12개 금메달 중 무려 9개를 쇼트트랙에서 가져갔다.

이에 견줘 경쟁국들의 바람은 거셌다. 4년 전 소치대회에서 선전했던 네덜란드, 헝가리 등 일부 유럽 국가들이 평창에서 한국과 중국을 위협하는 기량을 과시했다.

이탈리아의 아리안나 폰타나는 여자 500m에서 최강 최민정을 제치고 금을 캤다. 4차례 올림픽 출전 만이자 이탈리아 쇼트트랙 사상 첫 금이다. 이탈리아는 들썩였고 파올로 젠틸로니 총리도 “위대한 폰타나가 이탈리아에 첫 금을 선사했다”며 기뻐했다. 이탈리아는 여자 3000m 계주에서 은메달도 챙겼다.

네덜란드는 더 무섭게 성장했다. 여자 1000m에서 쉬자너 스휠팅이 우승했다. 최민정과 심석희가 충돌하는 행운도 있었지만 강호인 킴 부탱(캐나다)과 폰타나를 따돌렸다. 이로써 처음 열린 1994년 릴레함메르대회부터 소치대회까지 나온 금 6개 중 한국(4개)과 중국(2개)이 독차지하던 종목 구도가 깨졌다. 게다가 싱키 크네흐트(남자 1500m)와 야라 판 케르크호프(여자 500m)는 나란히 은메달까지 수확했다.

헝가리도 남자 5000m 계주에서 깜짝 금을 움켜쥐었다. 임효준이 경기 도중 넘어졌지만 또 다른 우승 후보인 중국과 캐나다마저 제쳤다. 간판 사오린 샨도르 류를 앞세운 헝가리는 동계올림픽 사상 첫 금을 쇼트트랙에서 장식했다.

이들 신흥 강국은 물론 미국, 일본 등의 성장세가 두드러지고 캐나다 등 기존 강호들이 건재해 베이징대회 쇼트트랙은 벌써부터 혼전을 예고했다. 힘겹게 체면치레를 한 한국이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이유다.

김민수 선임기자 kimms@seoul.co.kr
2018-02-24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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