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코리아, 뛸수록 하나로 뭉쳤어요”

박기석 기자
박기석 기자
업데이트 2018-02-23 01:16
입력 2018-02-22 18:22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지켜본 장내 아나운서 마이클 칼루치·이홍석씨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 ‘팀 코리아’가 경기마다 발전하며 하나의 정체성을 만들어 가는 게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다른 팀과 달리 준비 시간이 부족했을 텐데 두 달만 더 있었어도 훨씬 발전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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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경기가 열린 강원 강릉 관동하키센터의 장내 아나운서 마이클 칼루치(왼쪽)와 이홍석씨가 지난 21일 링크를 뒤로한 채 포즈를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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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과의 평창동계올림픽 마지막 경기가 끝난 다음날인 지난 21일 강원 강릉 관동하키센터의 장내 아나운서 마이클 칼루치(45·미국)는 ‘팀 코리아’의 경기가 단연 기억에 남을 것이라고 했다. 이곳에서는 결승만 빼고 여자 아이스하키 경기가 모두 열렸다.

팀 코리아의 다섯 경기 중 예선 1차전(스위스)과 예선 2차전(스웨덴), 5~8위 순위결정전(스위스)을 방송한 칼루치는 “스위스에 0-2로 졌지만 골리 신소정이 상대 슈팅의 90%는 막은 것 같았다”며 “다른 팀은 몇 년 동안 같이 지내며 훈련했지만 팀 코리아는 다섯 경기가 전부였다는 것이 아쉬웠다”고 말했다.

이어 “스웨덴과의 7~8위 결정전을 끝내고 선수와 코치 모두 눈물 흘리는 모습이 감동적이었다”며 “선수들이 경기를 더 하고 싶어 섭섭해하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고 돌아봤다.

칼루치와 호흡을 맞춰 한국어 방송을 하는 아나운서 이홍석(32)씨는 “팀 코리아의 첫 경기는 정신없이 지나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스웨덴과의 예선 두 번째 경기는 기억에 남는데 경기 전 팀 코리아 선수 이름을 힘차게 외쳤더니 선수들이 제가 있는 곳을 돌아봤다”며 “원칙상 장내 아나운서가 편파적으로 방송해서는 안 되지만, 선수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을 전달한 것 같아 뿌듯했다”며 웃음 지었다.

두 사람은 팀 코리아 경기를 방송한다고 해서 특별한 지시를 받거나 스스로 검열하지는 않았다고 잘라 말했다. 이씨는 “2년간 스포츠 중계를 하면서 입에 붙은 ‘대한민국’ 대신 ‘코리아’라고 부르기 위해 주의를 기울인 것이 다였다”고 털어놓았다.

칼루치는 “팀 코리아 선수들의 이름을 정확하게 발음하기 위해 신경 쓴 것 말고는 다른 경기와 똑같았다”며 “강릉에 와서야 팀 코리아에 얽힌 여러 정치적 문제를 알게 됐는데 그것과 별개로 경기 전달에만 집중했으며 남북을 비롯해 모든 관객이 안전하고 즐겁게 관람하기를 바랐다”고 강조했다.

칼루치는 20여년 라디오 스포츠 중계를 했으며 북미하키리그(NHL) 애너하임 덕스와 로스앤젤레스 킹스의 장내 아나운서로 활약했다. 그는 “한국 관객들은 지고 있더라도 끝까지 열심히 응원하는 게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 응원단은 쉬지 않고 응원하는 것이 정말 신기했다”며 “그들만의 스피릿이 있는 것 같았다”고 덧붙였다.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와 2006년 토리노에 이어 세 번째로 올림픽 하키 캐스터를 맡은 칼루치는 “평창올림픽은 10점 만점에 8점 이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우선 큰 논란이 없었고 스태프와 자원봉사자들이 서로 도우며 일하는 분위기였다”며 “숙소가 멀긴 했지만 다른 올림픽과 달리 수송 체계가 잘돼 있어 놀라웠다”고 덧붙였다.

글 사진 강릉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2018-02-23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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