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무정차거래’?… 딜레마 빠진 거래소

조용철 기자
업데이트 2018-02-18 23:21
입력 2018-02-18 22:48

운용사, 거래정지 없이 액분 요구

거래소는 특혜 논란 우려 ‘신중 ’
무정차거래 전례 없어 귀추 주목

한국거래소가 액면분할 결정이 내려진 삼성전자의 거래정지 기간 축소를 위해 태스크포스(TF)를 꾸린 가운데, 자산운용사들이 거래정지 없는 ‘무정차거래’를 주장한 데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구주 접수와 주주들에 대한 실물증권 교부 등에 따른 최소한의 시간이 필요한 데다 자칫 삼성전자만 거래정지 기간을 없앨 경우 특혜 논란이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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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자산운용사들은 최근 TF 회의에서 거래정지 없이 삼성전자의 액면분할을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삼성전자가 코스피에서 차지하는 시가총액이 20%를 넘어 거래정지 기간이 길어질 경우 시장에 미치는 충격이 크다는 이유다. 325개 상장지수펀드(ETF) 중에서도 삼성전자를 포함한 상품은 84개에 이른다.

앞서 삼성전자는 50:1 액면분할 결정을 공시하면서 ‘오는 4월 25일부터 신주변경상장일 전날까지 거래가 정지된다’고 발표했다. 신주권 상장 예정일이 5월 16일인 만큼 약 3주간 거래가 없는 셈이다.

거래소 측은 삼성전자의 규모를 감안해 거래정지 기간을 짧게 해야 한다는 입장엔 동의하면서도 무정차거래는 힘들다는 입장이다. 거래소 고위 관계자는 “투자자 쪽에서는 ‘정지 기간이 없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방법론에 대해서는 제시한 게 없다”며 “물리적으로 반드시 필요한 시간이 있다”고 귀띔했다.

예결원 관계자도 “2019년으로 예정된 전자증권화가 이미 이뤄졌다면 모르겠지만 실물주권이 있는 상황에서 정지 기간을 아예 없애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무정차거래를 한 전례가 없다는 점도 부담이다. 최근 액면분할을 진행한 아모레퍼시픽과 롯데지주가 모두 10거래일 넘게 거래가 정지된 상황에서 삼성전자만 정지 기간이 대폭 줄어들 경우 ‘뒷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2018-02-19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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