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천개 중국 고대詩를 익힌 림프암 걸린 여농부

박홍규 기자
업데이트 2018-02-05 18:14
입력 2018-02-05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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림프암으로 투병 중인 바이 루윤(유튜브 영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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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삶의 한 편은 드라마처럼 극적일 때가 종종 있다. 극단적인 고통이 찾아와도 희망은 꼭 함께 하기 때문이다. 지난 4일(현지시각) 중국 매체 CGTN은 가슴 아픔과 감동이 깊이 묻어 있는 중국 북부 허베이(Hebei) 성에 사는 바이 루윤(Bai Ruyun)이라는 한 여성 농부의 삶을 조명했다.

이 여성은 림프암 진단을 받고 고통스런 치료를 받으며 살아가고 있다. 2010년 겨울, 코가 막히고 몸의 구석구석 심상치 않은 기분이 들자 바로 병원을 찾았다. 의사는 림프암일 거라 말했다. 놀랍고 당황스러웠다. 4곳의 다른 병원을 찾아 다녔다. 믿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사는 양성이 아닌 악성림프암이란 확진을 내렸다.

그녀는 아프지만 매일매일 일해야 한다. 아침과 밤의 구별이 없다. 이것이 그녀의 일상이다. 눈은 늘 눈물로 젖어있다. 귀도 잘 들리지 않고 목소리도 매우 거칠어져 가고 있다. 그녀는 이런 것들이 병에 걸려서 나타난 증상이라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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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림프암으로 화학치료를 받고 있지만 치료의 고통스러움과 치료 비용에 대한 이중고를 겪고 있다(유튜브 영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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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윤은 진단 확정을 받고 “곧 죽겠구나”라고 생각했다며 “인생은 정말 힘들고 아프다. 사람들이 아픔으로 고통 받고 있는 내 안의 불쌍한 모습들을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그녀가 13살 때, 우연히 중국 유명 작가이자 시인인 이청조(Li Qingzhao 1084~1155)의 ‘연지바른 입술(Rouged Lips)’이란 곡을 접하게 됐다. 너무나 좋았고 흠뻑 매료됐지만 그 곡의 느낌을 글로써 표현하기 어려웠다. 시간이 흘러 결혼하고 자식을 키우면서 많은 돈이 들었기 때문에 시와 글을 쓰고 책을 읽으며 문학적인 감성을 갖는 것은 사치였다. 지금도 병원에서 화학치료요법을 받고 있기 때문에 몸은 점점 약해져만 간다. 더군다나 치료에 드는 비용을 내기 위해서 돈도 많이 빌려야 한다. 이중 삼중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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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시와 문학을 위해 거리에서도 책을 읽은 루윤(유튜브 영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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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그녀는 틈나는데로 꾸준히 중국 고대시와 문학을 탐했다. 결국 희망은 예상치 않은 곳에서 나타났다. 지난해 3월 CCTV가 주최하는 시 경쟁 부문 대회에 출전했다. 중국 고대詩 5천 개를 꽤뚫고 있는 덕에 한 단계 한 단계 정상 고지를 향해 가고 있다.

그녀는 “세상에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은 그 나름의 아픔과 슬픔을 안은 채 살아가고 있다”고 한다. 또한 “내가 가진 아픔들은 다른 사람들에 비해 지독히 아픈 것이 아닐 수도 있지만 살아오면서 나의 아픈 경험들이 시를 쓰고 배우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며 “시는 모든 사람을 위한 것이며 원하기만 한다면 누구든 시적인 삶을 살 수 있다”고 말했다.

내 자신이 밉다(I hate myself). 나도 모르게 빙빙 도는 거 같다(spinning around involuntarily). 거친 바람과 함께 내 몸이 더러워 진다(Along with the wild wind is the filth on my body). 바람아 어서와서 내 몸의 더러움을 씻어주고 내 마음을 정화시켜 주렴(Storm, come quickly and wash away the dirt, purifty my heart).

그녀의 내면을 표현한 자작시 중 하나다.



사진·영상=CGTN/유튜브

박홍규 기자 goph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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