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MB, 노무현 죽음 직접 거론 분노”(종합)

이혜리 기자
업데이트 2018-01-18 14:36
입력 2018-01-18 13:44
문재인 대통령은 18일 “이명박 전 대통령이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을 직접 거론하며 정치보복 운운한 데 대해 분노의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 대변인이 전한 문 대통령의 어조에 ‘노기(怒氣)’가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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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문 대통령이 이 전 대통령의 전날 성명과 관련해 “이 전 대통령이 마치 청와대가 정치보복을 위해 검찰을 움직이는 것처럼 표현한 데 대해 이는 우리 정부에 대한 모욕이며 대한민국 대통령을 역임한 분으로서 말해서는 안 될 사법질서에 대한 부정이고 정치금도를 벗어나는 일이다”고 말했다고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문 대통령이 검찰 수사와 맞물려있는 국내 정치적 문제에 대해 직접 의견을 표명한 것은 취임 이후 처음이다. 특히 불과 200자 가량의 두 문장 짜리 입장문이지만, 이 전 대통령을 겨냥한 초고강도의 비판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 전 대통령은 전날 강남구 삼성동 사무실에서 발표한 성명에서 검찰의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수수의혹 수사와 관련해 “적폐청산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고 있는 검찰 수사에 대해 많은 국민들이 보수궤멸을 겨냥한 정치공작이자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정치보복이라고 보고 있다”며 현 정부를 강하게 비난했다.

청와대는 이 전 대통령의 기자회견 직후 “입장이 없다”는 반응이었지만 문 대통령 주재로 열린 이날 아침 회의에서 대변인이 대통령 발언을 대독하는 방식으로 입장을 내기로 결정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입장문이 대통령 말씀 그대로다”면서 “어제 청와대 입장이 없다는 표현은 당시로서 내놓을 입장이 없었다는 것이었다.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다. 입장을 말씀드리는 것이 혼란을 줄이는 일이라 봤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문 대통령은 전날 이 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청와대가 검찰에 개입하는 것 같은 표현이 우리 정부에 대한 모욕’이라고 했다”며 “노 전 대통령 죽음을 직접 거론한 것은 해서는 안 될 금도를 넘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9년 전 결백을 주장하며 극단적 선택을 한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을 거론하며 검찰 수사를 ‘정치수사’로 몰아가려 한 이 전 대통령의 발언이 ‘역린’을 건드린 것으로 보인다. 특히 문 대통령이 직접 ‘분노’라는 단어를 이용해 감정을 가감 없이 드러낸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 관계자는 또 “문 대통령 입장에는 노 전 대통령 죽음이 직접 거론된 것에 대한 불쾌함을 넘어서는 더 큰 의미가 있다고 봐야한다”면서 “사법질서에 대한 부정은 대통령으로서 충분히 언급할 수 있다. 대통령의 분노가 개인적인 것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국가 근간을 흔드는 것에 대한 논란이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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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MB 노 전대통령 죽음 거론?정치보복 운운에 분노”
문 대통령, ”MB 노 전대통령 죽음 거론?정치보복 운운에 분노”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18일 오전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성명 발표와 관련, ”문재인 대통령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을 직접 거론하며 정치보복 운운한 데 대해 분노의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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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수사를 비롯한 이른바 적폐청산의 시한과 관련해서는 “역사의 정의와 민주주의 가치를 세우는 일을 언제까지라는 목표를 정하고 할 수는 없다”며 “단정적으로 딱 부러지게 답할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문 대통령의 직접 언급을 공개한 배경과 관련, “이 정부는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라는 국민 명령으로 탄생했고 이를 시행 중이다. 그 와중에 현 대통령과 정부 입장보다는 해서는 안 될 말을 하는 (이 전 대통령 성명의) 파급력이 대한민국과 역사·정의에 미치는 게 훨씬 크지 않느냐”며 “이런 것들이 빨리 정리되어야 한다면 입장을 정확히 말씀드리는 게 혼란을 줄이는 길”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그간 많은 인내를 해왔지만 모든 것을 인내하는 게 국민통합은 아니다. 적어도 정의롭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인내하지 말아야 한다”며 “적어도 국민이 불안해할 얘기를 일방에서 쏟아내는데 정부를 책임진다는 책임감만으로 언제까지 인내만 하라는 것은 또 다른 무책임”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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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의 직접 언급이 검찰에 대한 성역없는 수사를 주문한 메시지라는 시각에 대해 이 관계자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은 뒤 “청와대나 대통령이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말라는 게 국민 명령”이라며 “새로운 나라를 만들라고 만들어준 정부는 지침이나 가이드라인 같은 꼼수를 안 쓴다. 있는 그대로 말씀드리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불안한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있는 대로 하는 게 중요하다. 정치적 고려가 개입되면 불안과 혼란의 시기를 늘릴 뿐”이라고 덧붙였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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