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한파’ 출근길 시민들 “중무장했지만…살갗이 아리네”

신성은 기자
업데이트 2018-01-12 09:14
입력 2018-01-12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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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곳곳에 한파특보가 내려진 12일 오전 서울 광화문역 인근에서 두터운 옷을 입은 시민들이 출근길을 재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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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겨울 최강 한파가 몰아친 12일에도 시민들은 변함없이 새벽부터 출근길에 나섰다.

전날에 이어 강추위가 이어진 데다 언론 등을 통해 일기예보를 미리 접한 시민들은 두꺼운 패딩이나 산악인들이 입을 법한 아웃도어 외투를 입고 목도리와 귀마개, 장갑, 마스크, 넥워머, 털모자, 방한 부츠로 중무장하는 등 그야말로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

그럼에도 그 사이를 파고드는 칼바람에는 속수무책인 듯 시민들은 이따금씩 온몸을 웅크리고 잔뜩 눈살을 찌푸리며 추위를 원망하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영등포구 당산역 인근에서 경기 파주로 출근한다는 김모(57)씨는 “예보에서 영하 15도 아래로 내려간다고 해 주머니와 신발 안쪽까지 핫팩을 챙겼다”면서도 “나름 무장한다고 했는데, 그래도 추위가 장난이 아닌 것 같다”며 멋쩍어했다.

성동구 왕십리역 앞에서 만난 직장인 채모(35)씨는 “하도 춥다, 춥다 해서 만반의 준비를 하고 나왔는데 바람이 스친 살갗이 아릴 정도로 너무너무 춥다”며 “이런 날은 연차를 내고 집 밖으로 한 발짝도 나오면 안 되는 날인 것 같다”며 웃었다.

지하철은 수 분 간격으로 이처럼 비슷한 차림에 비슷한 표정을 한 시민들을 잔뜩 쏟아냈다. 지하철 역사에서는 걸어가면서도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않던 시민들은 역사 밖으로 나오자마자 스마트폰과 함께 손을 따뜻한 주머니 속에 넣었다.

횡단보도에서 신호등 녹색불이 켜지기를 기다리는 보행자들도 평소와 달리, 신호대기 시간이 길어도 스마트폰을 꺼내 드는 모습은 눈에 띄지 않았다.

다른 시민들보다 먼저 하루를 시작한 환경미화원들은 그리 두꺼워 보이지 않는 형광색 옷을 입고도 추위가 익숙한 듯 묵묵히 낙엽과 쓰레기들을 쓸어담았다.

버스를 기다리는 승객들은 양손을 호주머니에 넣고 발을 동동 구르거나 이리저리 몸을 움직여 추위를 쫓았다. 기다리다 지쳐 아예 택시를 타는 사람들도 있었다.

특히 중앙차로 버스 정류장의 시민들은 꼼짝없이 한파에 노출됐다. 버스에서 내린 사람들은 신호가 바뀌어 횡단보도를 건너기 전까지 안절부절못하며 애꿎은 신호등만 쳐다봤다.

왕십리역 앞 버스정류장에서 버스 도착 시간을 알려주는 전광판을 한참 바라보던 한 남성은 “도저히 못 기다리겠다”고 혼잣말을 하고는 인근 지하철역으로 발길을 돌렸다.

당산역 인근의 한 정류장에는 바람막이 쉼터가 설치돼 칼바람에 코끝까지 빨개진 사람들이 몸을 녹였다.

신촌에서 영등포구청역 인근으로 출근한다는 박모(33)씨는 “너무 추워서 전철역으로 걸어가는 내내 택시를 탈까 고민했다”며 “금요일이지만 얼른 퇴근하고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뿐”이라고 말했다.

아침부터 장사를 준비하는 종로구 광장시장 상인들은 추위를 쫓으려고 누비옷을 겹겹이 입고 보온병에 준비해 온 뜨거운 차를 마셨다. 난로에 들어갈 연탄을 배달받는 모습도 보였다.

추위를 견디며 빌딩에서 잠시 나와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들은 얼른 한 개비를 피우고 들어가려는 듯 볼이 오목해질 때까지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영등포구청역 앞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장모(45·여)씨는 “잔뜩 껴입고 나왔는데도 날씨가 너무나 춥다”며 “추위 때문에 보일러나 수도관에 문제가 생길까 싶어 한 방울씩 물이 떨어지도록 수도꼭지를 틀어놓고 나왔다”고 말했다.

종로구 안국동을 지나던 직장인 김모(31)씨는 “어제 너무 추워서 절로 욕이 나왔는데 오늘은 그마저 나오지 않을 정도로 춥다”며 “어제처럼 오늘도 실내에서도 패딩을 입은 채로 일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마포구 아현동에서 만난 시민 정모(30)씨는 “어제도 최강, 오늘도 최강 한파라니 내일은 또 어떤 강한 녀석이 올지 두렵다”며 “얼른 돈을 많이 벌어 자가용을 사서 추운 날 히터를 틀고 회사까지 편안하고 따뜻하게 가고 싶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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