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방중 결산] “사드, 中 이해 구하며 안보이익 지켜… 한반도 문제 또 하나의 큰 산 넘었다”

업데이트 2017-12-18 02:59
입력 2017-12-17 23:04

靑 자체 평가… ‘홀대론’ 일축

“또 하나의 산을 넘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첫 중국방문 성과에 대한 청와대의 자체 평가를 요약하면 이렇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지난 16일 충칭을 떠나 귀국하는 공군 1호기에서 기자들을 만나 “우리가 처한 위중한 안보상황을 극복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몇 개 더 있는 것 같다”면서도 이번 정상회담 성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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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 바둑판·바둑알 선물받은 文대통령
옥 바둑판·바둑알 선물받은 文대통령 중국을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4일(현지시간)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국빈 만찬 자리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으로부터 옥(玉)으로 제작된 바둑판과 바둑알을 선물받고 있다. 아마 4단인 문 대통령은 평소 바둑을 즐겨 두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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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말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문제에 대한 한국의 주도적 역할을 인정받는 등 ‘첫 번째 산’을 넘은 데 이어 이번 방중에선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4대 원칙’에 합의함으로써 ‘또 하나의 큰 산’을 넘었다는 얘기다.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이의 신뢰 회복에 의미를 부여했다. 이 관계자는 “두 정상이 사드 갈등에 따른 서먹함을 완전히 극복했다고 본다”면서 “사드 문제를 완전히 해결한 것은 아니지만 언급의 빈도와 강도, 주체의 수준이 현저하게 낮아졌다”고 말했다. 사드 문제와 관련, 이 관계자는 “우리 입장을 확실하게 지켰다. 우리의 안보이익을 확실히 보호하면서 중국의 이해를 구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며 일각에서 나오는 ‘저자세 외교’ 주장을 반박했다.

문 대통령이 ‘역지사지’(易地思之·상대방의 처지에서 생각)와 ‘관왕지래’(觀往知來·과거를 되돌아보면 미래를 알 수 있다)를 키워드로 시 주석은 물론 중국인들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것이 청와대의 분석이다. 문 대통령은 수차례 역지사지란 표현을 언급하며 사드 이견을 점진적으로 풀어 나가자고 제안했고, 시 주석도 “앞으로 양국 관계를 발전시키는 데 있어 역지사지야말로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호응했다. 문 대통령이 방중 기간 중국 고위인사와 두 차례밖에 식사 일정을 갖지 못했다는 이른바 ‘혼밥론’에 대해 또 다른 고위관계자는 “국민 감정선을 건드리는 언급으로, 그런 식의 프레임에 동의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청와대는 17일 페이스북 라이브 방송인 ‘11시 50분 청와대입니다’를 특별 편성해 국민들에게 직접 방중 성과를 홍보하고 뒷이야기를 전했다. 김현철 경제보좌관은 “(한·중 관계가 풀리며) 앞으로 경제성장률 0.2% 포인트를 올리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면서 “우리 경제성장률 2.8%에 추가로 0.2% 포인트 성장해 연간 3.0% 성장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남관표 국가안보실 2차장은 “한·중 국빈만찬 장소에서 단독 회담이 끝나기를 기다리는데 10분, 20분 계속 연장돼 걱정됐다. 그런데 중국 측 외교 담당자들이 아무 걱정 말라며 연신 ‘엄지척’을 해 줬다”면서 “두 정상이 회담을 마치고 환한 웃음을 지으며 나오는 순간 걱정됐던 마음이 사라졌다”고 당시 긴박했던 상황을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정상회담에 앞서 지난 10월 중국 공산당의 제19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 당시 시 주석이 연설한 3시간 30분짜리 연설문을 입수해 꼼꼼히 읽고 전문가 의견을 수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문 대통령이 지난 16일 중국 충칭시 연화지에 있는 대한민국 임시정부 청사 유적지를 방문했을 때 중국 당국이 경호를 위해 청사 뒤편 아파트 주민들을 모두 내보낸 사실을 공개했다. 윤 수석은 “그 얘기를 나중에 듣고 문 대통령도 놀랐다. (중국 측의) 경호, 보안, 배려를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자리였다”고 말했다.

충칭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서울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2017-12-18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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