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이 알고싶다’ 이국종 비망록에 담긴 권역외상센터 현실

김유민 기자
김유민 기자
업데이트 2017-12-19 10:49
입력 2017-12-16 11:05
이번 주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권역외상센터의 현실에 대해 다룬다.
이미지 확대
이국종 교수.
연합뉴스
원본 이미지입니다.
손가락을 이용하여 이미지를 확대해 보세요.
닫기
지난 11월 13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서 총성이 울려 퍼졌다. 25세의 북한군 병사 오청성씨가 총탄을 무릅쓰고 목숨을 건 탈출을 감행해 한국 땅으로 넘어온 것이다. 5발의 총상을 입어 생사의 갈림길에 섰던 그를 대수술 끝에 살려낸 사람은 경기남부 권역외상센터장을 맡고 있는 이국종 교수다.

2011년 ‘아덴만의 여명 작전’ 당시 석해균 선장의 생명을 구해 일약 ‘국민 영웅’이 되었던 그는 북한군 병사를 살려내며 다시 사람들의 주목을 받게 됐다. 그가 소속된 권역외상센터에 대한 정부의 지원을 요청하는 27만 명의 목소리가 담긴 국민 청원이 올라왔다.

당초 내년도 권역외상센터 예산을 삭감할 것을 계획했던 정부는 추가 지원을 약속했다. 그러나 정작 이국종 교수는 더 이상 기대도, 희망도 없다고 말했다. 그가 절망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은 이국종 교수의 비망록 101장의 전문을 입수했다. 틈틈이 메모해온 그의 비망록엔 권역외상센터 안에서 일어나는 숱한 좌절과 절망의 기록이 담겨 있었다.

이미지 확대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 외상소생실(T-Bay)에서 10여명의 당직 의료진이 교통사고를 당해 119 구조대에 의해 실려온 환자를 CPR(심폐소생술)을 하는 등 조치를 하고 있다.
이미지 확대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 이국종(왼쪽) 소장이 수술실에서 환자 보호자에게 수술 경과가 좋다는 이야기를 하자 보호자가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며 기뻐하고 있다.
이미지 확대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 이국종 소장이 장시간의 수술을 마치고 허리를 두드리며 환자 가족들에게 결과를 알려 주기 위해 걸어가고 있다.
이미지 확대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 이국종 소장이 장시간의 수술을 마치고 피가 묻은 발과 신발을 식염수로 닦고 있다.
이미지 확대
175회 이달의 보도사진상 수상작
175회 이달의 보도사진상 수상작 <이달의보도사진상 - 시사스토리 부문 최우수상>
We are here! We are waiting! -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 24시

취재를 위해 머문 6일 동안 지켜본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는 그야말로 죽음과의 전쟁터였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죽음의 경계까지 가버린 환자들을 의료진이 모든 힘을 쏟아 삶의 구역으로 다시 끌어당기고 있는 현장이었다.
이국종 소장은 “권역외상센터는 우리 사회에 반드시 필요한 최소한의 안전망”이라고 말한다. 외상은 우리나라 44세 이하 젊은층에서 사망 원인 1위로 꼽힌다. 하지만 외상은 사고 발생 1시간 이내(골든아워)에 적절한 조치만 이루어지면 생명을 건질 수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정연호 기자/ 서울신문/ 한국사진기자협회 - 무단전재 재배포금지>
이미지 확대
총상을 입은 채 귀순한 북한군 병사의 2차 수술을 집도한 이국종(아주대병원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장) 교수가 15일 경기 수원 아주대병원에서 수술 결과와 환자 상태에 대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이미지 확대
병원으로 옮겨지는 귀순 북한병사
병원으로 옮겨지는 귀순 북한병사 13일 오후 총상을 입고 귀순한 북한 병사가 경기도 수원시 아주대병원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에 헬기로 이송돼 곧바로 수술실로 옮겨지고 있다. 2017.11.13 [독자제공 = 연합뉴스]
이미지 확대
경기남부 권역외상센터 이국종 센터장이 수술실에서 수술을 집도하고 있다. 서울신문 DB
이미지 확대
이국종 교수 집도한 귀순 북한병사 오청성
이국종 교수 집도한 귀순 북한병사 오청성 수술실로 옮겨지는 총상입은 귀순 북한병사. 2017.11.13.
연합뉴스
이미지 확대
귀순 북한 병사 상태 설명하는 이국종 교수
귀순 북한 병사 상태 설명하는 이국종 교수 22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아주대학교병원에서 이국종 교수가 총상을 입은 채 귀순한 북한군 병사의 회복 상태 등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 확대
북한 귀순 병사 배에서 나온 기생충
북한 귀순 병사 배에서 나온 기생충 15일 오후 경기도 수원 아주대병원에서 열린 JSA 귀순 북한 병사 2차 수술결과 및 환자 상태에 대한 브리핑에서 이국종 교수가 병사 배에서 나온 기생충 제거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 확대
이국종 교수 ‘귀순 병사, 회복 속도 빠르다’
이국종 교수 ‘귀순 병사, 회복 속도 빠르다’ 이국종 아주대학교병원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 센터장이 22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아주대학교병원 내 아주홀에서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지역으로 귀순하다 북한군의 총격으로 부상을 입고 헬기로 긴급 후송된 북한 병사의 회복 상태를 설명하고 있다. 2017.11.22/뉴스1
이미지 확대
이국종 교수, 국회서 ‘외상센터의 역할’이란 주제로 강연
이국종 교수, 국회서 ‘외상센터의 역할’이란 주제로 강연 북한 귀순 병사를 치료한 이국종 아주대학교 외과대학 교수가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포용과 도전 제18차 조찬세미나에서 ‘외상센터의 역할’이란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2017.12.7/뉴스1
이미지 확대
이국종 아주대병원 중증외상센터장·외상외과 교수(가운데).
연합뉴스
이미지 확대
이국종 아주대병원 교수가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상센터 정책간담회’에서 자유한국당 나경원 의원과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 교수는 2011년 ‘아덴만 여명작전’ 당시 해적의 총에 맞은 석해균 선장을 치료하며 유명해졌다. 이 교수는 최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통해 귀순하다 총상을 입은 북한 병사를 치료하고 있다.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이미지 확대
文대통령이 악수 청하자 “소령 이국종”
文대통령이 악수 청하자 “소령 이국종”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청와대에서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경비대대 지휘관 및 장병을 초청해 개최한 차담회에서 이국종 아주대 교수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이 교수는 문 대통령이 악수를 청하자 “소령 이국종”이라고 관등성명을 밝혔다. 지난 4월 해군 ‘명예소령’으로 임명된 이 교수는 이날 양팔 소매에 금색 소령 계급장을 두른 해군 장교 정복 차림으로 참석했다.
안주영 기자 jya@seoul.co.kr
이미지 확대
JSA 경비대대원에 허리 숙여 답례하는 문 대통령
JSA 경비대대원에 허리 숙여 답례하는 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JSA 경비대대 지휘관 및 장병을 초청 차담회를 마친 뒤 대대원들과 이국종 교수의 거수경례에 허리 숙여 답례하고 있다. 2017.12.1 연합뉴스.
이미지 확대
문재인 대통령은 1일 청와대에서 지난 달 귀순 병사를 구출해 후송한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근무 지휘관과 장병. 아주대병원 외상센터장인 이국종 교수 등을 초청해 환담했다. 송영무 국방장관관(왼쪽) 아주대병원 외상센터장인 이국종 교수와 손을 잡고 있다. 2017. 12. 01 안주영 기자 jya@seoul.co.kr
이미지 확대
이국종 교수 기타연주
이국종 교수 기타연주 유튜브 영상 캡처
원본 이미지입니다.
손가락을 이용하여 이미지를 확대해 보세요.
닫기
원본 이미지입니다.
손가락을 이용하여 이미지를 확대해 보세요.
닫기
원본 이미지입니다.
손가락을 이용하여 이미지를 확대해 보세요.
닫기
원본 이미지입니다.
손가락을 이용하여 이미지를 확대해 보세요.
닫기
원본 이미지입니다.
손가락을 이용하여 이미지를 확대해 보세요.
닫기
원본 이미지입니다.
손가락을 이용하여 이미지를 확대해 보세요.
닫기
원본 이미지입니다.
손가락을 이용하여 이미지를 확대해 보세요.
닫기
원본 이미지입니다.
손가락을 이용하여 이미지를 확대해 보세요.
닫기
원본 이미지입니다.
손가락을 이용하여 이미지를 확대해 보세요.
닫기
원본 이미지입니다.
손가락을 이용하여 이미지를 확대해 보세요.
닫기
원본 이미지입니다.
손가락을 이용하여 이미지를 확대해 보세요.
닫기
원본 이미지입니다.
손가락을 이용하여 이미지를 확대해 보세요.
닫기
원본 이미지입니다.
손가락을 이용하여 이미지를 확대해 보세요.
닫기
원본 이미지입니다.
손가락을 이용하여 이미지를 확대해 보세요.
닫기
원본 이미지입니다.
손가락을 이용하여 이미지를 확대해 보세요.
닫기
원본 이미지입니다.
손가락을 이용하여 이미지를 확대해 보세요.
닫기
원본 이미지입니다.
손가락을 이용하여 이미지를 확대해 보세요.
닫기
원본 이미지입니다.
손가락을 이용하여 이미지를 확대해 보세요.
닫기
원본 이미지입니다.
손가락을 이용하여 이미지를 확대해 보세요.
닫기


“밤은 환자들의 비명으로 울렸다. 그들은 죽음을 달고 내게로 와 피를 쏟았다. 으스러진 뼈와 짓이겨진 살들 사이에서 생은 스러져갔다” - 이국종 경기남부 권역중증외상센터장의 비망록 中

“오늘 후배가 나를 찾아왔다. ‘힘들어서 더 이상 못 버티겠어요.’, ‘정말 죄송하지만 그만두겠습니다.’ 그 순간 나는 아무 말도 해줄 수가 없었다” - 조현민 부산 권역중증외상센터장의 비망록 中

‘그것이 알고 싶다’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해 138명의 권역외상센터 의료진들의 실태 조사 및 221명의 전국 의과대학생들의 전공 분야 선호도 전수 조사를 실시했다.

지난 한 달 동안 권역외상센터에서 하루 평균 12시간 이상 근무했다는 의료진들이 60.9%, 한 달 중 야간 근무를 한 횟수는 ‘7일~10일’이 42%로 가장 많았다. 또한 전국 의과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전수 조사에서 무려 88.7%가 ‘외상 외과를 선택하지 않겠다’라고 답변했다.

규정상 권역외상센터는 한 곳당 최소 20명의 전담의사를 두도록 하고 있으나 올해 6월 이 기준을 충족하는 권역외상센터는 단 한 곳도 없다. 전문가들은 인력난 문제 해결을 위해 ‘한 명의 영웅’을 만드는 것보다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에디터 추천 인기 기사

많이 본 뉴스

120년 역사의 서울신문 회원이 되시겠어요?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