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에 “무조건 만나자” 틸러슨 파격 제안...트럼프 침묵 배경은

이기철 기자
이기철 기자
업데이트 2017-12-14 13:36
입력 2017-12-14 09:35
‘경질설’에 작심 발언 또는 소신 피력 가능성
내년 ‘3월 데드라인’ 앞두고 대북 최후 경고?
백악관 “대북 입장 변화없어”···트럼프는 침묵

북한에 대해 “무조건 만나자”는 파격 제안을 한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의 발언이 백악관에서 부정적인 기류가 감지되면서 빛이 바래고 있다. 하지만 도널트 트럼프 대통령이 이에 대해 별다른 언급 없이 침묵을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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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정책포럼에서 강연하는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
워싱턴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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틸러슨 장관은 12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한국과 미국 싱크탱크가 공동 주최한 토론회에서 “전제조건 없이 기꺼이 북한과 첫 만남을 하겠다”며 파격적인 제안을 내놨다. 또 “(핵·미사일) 프로그램들을 포기해야만 대화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은 현실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이 부분에 있어서는 트럼프 대통령도 비슷한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그의 이같은 연설은 국무부 웹사이트를 통해 실시간으로 중계되기도 했다. 최근 교체설이 나오는 틸러슨 장관이 마지막 ‘작심 발언’을 한 것이 아닌가하는 분석도 나온다.

틸러슨 장관은 이 자리에서 북핵 해법과 관련해 제임스 매티스 국방부 장관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면서 “나는 동반자인 매티스 장관에게 ‘우리가 거기로 간다면 나는 실패한 것이다. 나는 실패하고 싶지 않다’고 많이 얘기해왔다”고 소개했다. 이는 앞서 존 볼턴 전 유엔주재 미국대사가 영국 의회에서 “중앙정보국(CIA) 수뇌부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프로그램을 저지할 수 기회는 3개월이라고 통보했다”는 보도로 미뤄 볼때 틸러슨 장관이 북한에 사실상 최후통첩을 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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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북핵 위협 대응 ‘국방수권법안’ 서명
트럼프, 북핵 위협 대응 ‘국방수권법안’ 서명 도널드 트럼프(가운데)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루스벨트룸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한 미사일방어(MD)체계 확충 예산 123억 달러 등 7000억 달러(약 764조 7500억원) 규모의 2018 회계연도 국방수권법안(NDAA)에 대한 서명을 준비하고 있다.
워싱턴 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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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13일 백악관은 북한이 도발을 중단하고 비핵화를 위한 진정성 있는 행동을 보여야 대화할 수 있다는 기존 입장이 바뀌지 않았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틸러슨 장관의 발언을 완전히 뒤집었다고 볼 수는 없지만 다소 부정적인 뉘앙스가 느껴지는 반응이다. 하지만 최종결정권자인 트럼프 대통령이 하루에도 몇차례 트위터로 발언하지만 이 문제에 대해 하루가 지나도록 이에 대해 특별한 언급이 없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관계자는 “북한에 대한 정부의 방침은 변하지 않았다”면서 “한반도 비핵화를 목표로 하는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지만,북한은 먼저 어떠한 추가 도발을 자제하고 비핵화를 향한 진정성 있고 의미 있는 행동을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북한의 최근 미사일 시험을 고려하면 분명히 지금은 (대화할) 시간이 아니다”라며 “정부는 북한 정권이 근본적으로 태도를 개선할 때까지 북한과의 협상은 기다려야 한다고 요구하는 데 합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전날 새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도 틸러슨 장관의 제안이 알려진 직후 “북한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견해는 바뀌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기철 기자 chul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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