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국가 해법 물 건너가나…팔레스타인 주민들 불신감 고조

김태이 기자
업데이트 2017-12-08 10:36
입력 2017-12-08 10:36

‘편향’ 美 관여 없는 새로운 방안 요구

중동평화의 궁극적 방안으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두 민족이 각각 독립국을 세우는 ‘2국가 해법’은 아직 가능한 것일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역사적 다양성을 상징하는 종교성지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1국의 수도로 인정함으로써 그동안 중동평화절차의 핵심으로 간주해온 2국가 해법이 사실상 무산 위기를 맞고 있다는 전망이 제기됐다.

시사종합지 애틀랜틱은 7일(현지시각) 트럼프 대통령의 예루살렘 수도 인정 조치로 독립국을 수립하려던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염원이 사실상 물 건너갔다며 이제 젊은 층을 중심으로 ‘미국의 영향을 벗어난’ 새로운 계획을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일방적인 조치는 팔레스타인 주민들에게 놀라운 것이 아니며 어쩌면 그동안의 미국에 대한 평소 인식을 재삼 확인시켜준 것이었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미국은 그동안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에서 결코 정직한 중재자가 아니었으며 이번 조치로 평화합의를 통해 독립국을 수립하려던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몽상’이 사라지게 됐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종교적, 민족적 다양성을 바탕으로 한 유엔 후원하의 특별행정구인 예루살렘의 특성을 무시하고 특정국(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한 것은 타민족, 특히 예루살렘의 역사적 주역인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예루살렘에 대한 역사, 정치, 문화적 유대를 부인하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번 조치는 결국 1967년 이스라엘에 의한 예루살렘 점령을 용인하고 예루살렘이 이스라엘의 도시임을 인정함으로써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독립국 수립과 자결권에 의문을 제기하는 셈이라고 애틀랜틱은 지적했다.

평화절차에서 미국의 편향성이 그대로 드러나면서 그동안 이스라엘과의 평화협상을 옹호해온 마무드 압바스 수반의 팔레스타인자치정부(PA)의 입지가 크게 위축됐다.

이제는 평화협상을 내세워 그동안 차별적인 이스라엘 점령 정책으로부터 멸시를 받아온 주민들을 설득할 명분도 더는 없게 됐다는 지적이다.

압바스 수반도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의 ‘수도’ 발표 후 미국이 사실상 평화절차를 포기했다고 맹비난했다. 팔레스타인 수석 협상대표인 사에브 에레카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유대인과 팔레스타인인을 분리하는 2국 카드를 포기하고 지역의 모든 민족을 포함하는 ‘1국가 해법’으로 돌아섰다고 주장했다.

애틀랜틱은 특히 팔레스타인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탈 2국가 해법’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은 대부분 2차 주민봉기(인티파다, 2000년) 세대들로 자신들의 토지가 정착촌과 차단벽 등에 의해 이스라엘 측에 의해 야금야금 잠식당하는 것을 목격하며 자란 세대이다.

이들은 미국의 성실성이 드러나면서 이제 다른 선택(옵션)을 바라보고 있다. 이들은 자치정부가 이스라엘과의 안보공조를 중단할 것을 바라고 있으며 한편으로 자치정부의 해체를 촉구하고 있다.

구호만 난무하는 지도자들의 약속을 전혀 믿지 않고 있다. 이른바 이스라엘 대한 보이콧(Boycott)과 투자회피(Divestment), 제재(Sanction)등 ‘BDS’ 운동을 촉구하기도 한다.

미국에 대한 실망감을 반영하듯 현지 주민들의 2국가 해법에 대한 기대감도 줄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월 텔아비브 대(大)와 라말라 지역 팔레스타인 정책조사센터 공동조사에 따르면 팔레스타인 주민 가운데 44%가 2국가 해법을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6월의 51%에서 줄어든 것이다. 1국가 해법 또는 국가연합 등이 대안으로 등장하고 있다.

애틀랜틱은 트럼프 대통령의 조치가 갖는 ‘긍정적인’ 측면은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가져온 인식을 명확히 하면서 통합된 목표를 갖게 한 점이라고 비꼬았다.

지난여름 예루살렘 템플마운트 사건은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민권운동에 획기적인 사건으로 평가된다.

주민들은 불복종시위를 통해 성지 템플마운트 출입을 제한하려던 이스라엘 측 일방적 조치를 번복시켰다.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이를 통해 자신들도 상황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으며 이제는 ‘엉터리’ 2국가 해법이 퇴장하고 새로운 현실이 가능할 것으로 믿고 있다고 애틀랜틱은 전했다.

그동안 지지부진한 평화절차 속에서 정착촌 확대와 이스라엘 경제에의 예속 등 일방적으로 불리한 처지에 놓여온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불만이 이번 트럼프 행정부의 조치로 재점화한 형국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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