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적폐수사 연말까지’ 검찰총장에 제동 건 靑

입력:12/07 20:54 수정:12/07 22:18

문무일 검찰총장이 너무 순진했던 것일까. 설마 했던 청와대의 수사 시한 가이드라인이 눈쌀을 찌푸리게 한다. 지난 5일 문 총장이 수사에 속도를 내어 연말까지는 적폐 수사를 마무리하겠다는 말이 귀에서 지워지지 않았는데 청와대가 어제 “연내에 마무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문 총장 말을 뒤집었다. 권력에 휘둘리지 않고, 정치에도 눈 돌리지 않는 곧고 강건한 검찰로 태어나도록 개혁 임무를 받고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임명된 문 총장이다.

문 총장은 적폐 수사와 관련해 “국정원이 수사 의뢰한 부분은 더는 (검찰에) 오지 않는다고 보고받았고, 댓글 사건과 사법방해 의혹, 화이트리스트·블랙리스트 의혹 등은 주요 부분이 정리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들 사건 때문에) 헌정 중단 사태가 될 정도로 큰 문제가 있었고 그걸 정리하는 단계”라면서 “사회 전체가 한 가지 이슈에 매달렸는데, 이런 일이 너무 오래 지속되는 것은 사회 발전에 도움이 안 된다는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그래서 내년엔 민생 수사에 주력하겠다는 다짐도 곁들였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총장 언급에 대해 “적폐 수사를 속도감 있게 잘 추진하겠다는 의미이며 시한을 정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검찰이 피의자 소환도 다 못한 상황”이라고 했다는데, 주요 부분이 정리됐다는 문 총장 보고 라인과 피의자 소환도 못 했다는 청와대 보고 라인이 다른 것인지 먼저 궁금하다. 그래서 청와대와 문 총장의 엇박자, 나아가 문 총장과 적폐 수사를 지휘하는 서울중앙지검과의 알력설이 불거지는 것은 아닌가.

적폐 청산의 수사 방향, 시한을 놓고 검찰 내부에서 의견이 맞지 않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고 납득할 수 있는 범위에 들어 있다. 하지만 청와대가 별도의 라인을 통해 검찰의 적폐 수사 상황을 보고받고 문 총장의 언급에 대해 이래라저래라 하는 것은 청산돼야 할 구 정권의 악폐를 재연하는 것은 아닌지 따져 봤으면 한다. 법망을 피해 가며 검찰을 손에 쥐고 뒤흔들었던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악행을 국민들은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그런 일 하지 말자고 적폐 청산을 하는 것이다.

적폐 수사의 핵심이 이명박 전 대통령이라고 한다. 지금까지 털었는데 결정적 증거가 없어 검찰이 이 전 대통령을 못 부르는 것이라면 앞으로도 낙관할 수 없다. 문 총장이 피로감을 호소했다. 연내에 적폐 수사를 마무리하되 핵심 부분은 내년에 이어 가면 된다. 적지 않은 국민들이 문 총장 발언에 공감한 점, 잊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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