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마당] 유리함과 무지함/김소연 시인

입력:12/06 17:22 수정:12/06 17:37

▲ 김소연 시인

저녁을 함께 먹다가 옆에 앉은 사람이 말했다. 예전에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는데, 그 사람 정말이지 많이 변했다고. 그렇게 변할 줄 몰랐다고. 가만히 듣고 있던 한 사람은 그렇게 변할 줄 알았다고 했다. 나는 그 사람에 대해 거의 아는 게 없었지만, 나이가 들어 변해버렸다는 사람에 대하여 당연한 얘기를 듣듯이 듣고 있었다. 그러다, 내가 아는 사람 중에도 그런 식으로 변한 사람은 많으며, 변하지 않은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변하지 않은 사람이 누가 있으려나 혼자 헤아려 보다가 포기했다. 몇 년 전에 만난 어릴 적 친구가 내게 해준 말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너는 안 변해서 문제야.

누군가의 눈에는 내가 변해버린 사람일 수도 있고, 변하지 않아서 문제인 사람일 수도 있으니 생각해서 무엇하나 싶어졌다. 하지만 변해버린 사람들, 특히나 너무 많이 변해버린 사람들의 공통점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그들은 죄다 꿈을 이룬 사람들이었다. 꿈을 이루다 못해서 꿈꾸지 않았던 꿈 너머의 몫까지를 이루며 살아가는 사람들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에게 존경을 표하고 - 실제로 존경을 받는 것과는 별개로-자기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실제로 실력이 있는 것과는 별개로-사람이 되어 갔다. 그런 사람들이 실제로 존경받을 만한 실력을 갖추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을지를 상상해보았다. 그러다 가끔은 벽에 부딪쳤을 것이고 극복하기 위해 필요 이상의 열정과 집중을 쏟아내야 한다. 바로 그런 시절에 그 사람의 곁에 잠깐이나마 머물렀던 사람들은 그 사람을 가장 이상적인 사람으로 기억할 수밖에 없을 만큼, 빛나는 노력을 한다. 그랬던 사람이 더이상의 노력을 멈출 때는 당연히 꿈을 이룬 때다. 노력을 멈추어도 그의 성과들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니 이제는 그가 그런 고생을 할 이유가 없다. 그에겐 이제 다른 고생이 뒤따른다. 존경해주는 사람만큼이나 변했다고 등을 돌리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손가락질하는 사람들도 많아진다. 마치 실망할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처럼 보란 듯이 실망을 하는 사람들이 도처에 있게 된다.


아마도 한국 사회에서 자리를 잘 잡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겪게 되는 일이 아닐까 싶다. 한국 사회에서 자리를 잘 잡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왜 번번이 누군가의 손가락질을 받는지 대해서보다 왜 번번이 변해버리고야 마는지를 나는 더 생각하고 싶다. 어떤 사람들은 누군가의 지위에 존경심을 갖겠지만, 어쩌면 사람들은 암암리 누군가의 빛나는 노력에 존경심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닐까. 좋은 지위에 있는 그는 더이상 빛나지 않을 수밖에 없었던 것은 아닐까. 그는 다른 종류의 노력-지킬 것이 많아진 자들이 하는 노력-을 할 수밖에 없다. 존경할 가치가 없는 것에 대해서만 노력한다. 배우지 않는다. 당연히 시대에 뒤떨어지거나 무지에 가까워진다. 사람들은 그 지위에 대해서만 겨우 존경을 표할 수밖에 없게 된다. 그의 과거에 대해서만 겨우 존경심이 남아있을 뿐이다.

유리한 위치에 있으면서도 그렇지 않았을 때와 다름없는 종류의 노력을 계속해서 하는 사람이 드물게 있기는 하다. 이 드문 사람은 유리한 사람들이 갇히게 될 무지를 포함하여, 자신의 무지를 가장 두려워한다. 배우고 노력할 수밖에 없는 본능을 지녔다. 당대에 드리운 무지의 그늘이 안타까워서 그 그늘을 밝히는 데에 노력을 기울인다. 그래서 그늘 속에 있다. 이 시대가 영웅이 사라진 것처럼 보이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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