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공무원 ‘초과근무 단축’ 현실성 있나

조직문화·업무량 그대로인데 인력 보충 없인 헛구호… ‘총량관리제’ 취지 좋지만 야근하고 수당 못 받을 수도

입력:11/19 17:22 수정:11/20 00:57

인사혁신처, 행정안전부 등 정부부처들로 구성된 ‘근무혁신 태스크포스’(TF)는 정부기관 업무 혁신 및 근무시간 단축을 위한 세부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과로 사회’ 근절을 공직사회에서 먼저 실현하기 위해서다. 현업 공무원 제도 개편을 포함해 업무 혁신, 연가 사용 활성화, 초과근무 최소화를 위한 연도별 실천계획 등이 포함될 예정이다.


청와대는 지난 8월 문재인 대통령 임기 내 정부기관의 초과근무를 획기적으로 줄이겠다고 밝혔다. 근무시간 단축으로 아낀 재원을 신규 일자리 창출에 쓴다는 방침도 제시했다. 실제로 공무원 초과근무를 줄이면 연간 2000억원, 연가보상비를 없애면 1조 5000억원의 세금을 아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업무량과 장시간 노동이 당연시되는 조직문화가 그대로인 상황에서 인력 보충 없는 초과근무 단축은 구호에 그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전국통합공무원노동조합은 지난달 26일 기자회견을 열고 “관행적인 초과근무와 비상근무 탓에 공직사회에 장시간 노동이 만연해 있다”며 초과근무 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이들은 “노동시간 한도 및 연속 휴식시간을 설정하고, 실제 노동시간을 모두 근무시간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노동시간 단축을 위해 필요한 인력 증원도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2014년부터 시행된 초과근무 총량관리제는 3년간 초과근무시간 평균을 고려해 총량을 부여하고, 이 한도 내에서만 부서원 초과근무를 승인하는 제도다. 하지만 업무는 줄어들지 않고 인력도 늘어나지 않아 초과근무를 해도 수당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중앙부처에서 근무하는 한 사무관은 “부당하게 초과근무수당을 받는 일은 사라져야겠지만, 야근이 필수가 될 정도로 일이 많은데도 수당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오래 일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 처한 현업 공무원들도 초과근무 단축 방안에 공감하면서도 실효성에는 의문을 품는다. 서해에서 근무하는 한 해경은 “일주일 내내 배를 타다 보면 다리가 땡땡 부어서 터질 정도로 힘들지만, 외부 시선은 ‘그래도 초과수당 한껏 챙기잖아’ 정도”라며 “이런 인식이라면 대기시간 등을 불필요한 시간으로 판단해 실제 인정되는 근무시간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향수 건국대 행정학과 교수는 “근무시간 총량제를 포함해 초과근무 단축의 취지는 좋지만, 기관이나 조직이 처한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24시간 근무가 필수적인 현업 공무원에 대해서는 실제로 일하는 공무원 의견을 반영해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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