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백남기 사망진단서 늑장 수정’ 서울대병원에 주의 조치

입력:11/15 09:32 수정:11/15 09:32

서울대병원이 2015년 11월 민중총궐기 집회 당시 경찰 살수차의 직사살수를 맞고 사망한 고 백남기 농민의 사망 종류를 ‘병사’라고 했다가 ‘외인사’로 뒤늦게 수정한 일에 대해 감사원이 주의 조치했다.

▲ 백선하 서울대병원 교수.
연합뉴스

감사원은 ‘서울대병원 기관운영감사’ 보고서를 15일 공개하면서 “사회적 관심의 대상이 되는 중요사항을 지연 처리해 기관의 대외 신뢰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일이 없도록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하라”고 주의 조치했다고 밝혔다.


고인은 2015년 11월 14일 서울에서 열린 ‘1차 민중총궐기 집회’에서 경찰 살수차의 물대포를 정면으로 맞고 쓰러져 의식불명 상태로 서울대병원 응급센터로 이송됐다. 고인은 서울대병원에서 317일 동안 투병하다 지난해 9월 25일 눈을 감았다.

감사원의 감사 결과 고인의 치료를 맡았던 전공의 A씨는 담당 교수였던 백선하 서울대병원 신경외과 교수에게 전화 통화로 사망 사실을 보고했고, 백 교수는 사망 종류를 ‘병사’로 기록해 사망진단서를 작성토록 지시했다.

백 교수가 고인의 사망 종류를 병사로 기록하도록 한 사실이 논란이 일자 서울대병원은 지난해 10월 1일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사망진단서 작성 과정에 외압이 있었는지 조사했다. 하지만 사망진단서 작성 과정에서 외압은 없었다고 확인했고, 백 교수는 사망진단서를 수정할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이에 백씨 유족이 소송을 제기하자 서울대병원 의료윤리위원회는 지난 2월 22일 ‘소송대응 관련 회의’를 열었다. 하지만 백 교수는 계속 병사를 고수했고, 이후 법적 측면에서는 사망진단서 작성 명의자인 전공의 A씨의 의견이 중요하다는 방향으로 논의가 진행됐다.

그러다 지난 3월 14일 서울대병원은 ”전공의 A씨가 담당교수 백 교수와 같은 팀에서 수련을 받는 기간에는 두 사람이 사제지간으로서 특수한 상황이므로 전공의 A씨의 입장을 고려한다“면서 약 두 달간 논의를 중단했다.

이 병원은 지난 5월 19일에 다시 소송대응 회의를 열었고, 전공의 A씨가 ”사망진단서를 수정할 의사가 있으나 담당교수가 병사를 고수하는 상황에서 임의로 수정하기 어려우니 병원 차원에서 수정할 근거를 확인해 달라“고 요청했다.

▲ 백선하 교수 사망진단서 의견 밝히는 백도라지씨
지난해 10월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고 백남기 농민의 딸 도라지씨가 서울대병원가 작성한 사망진단서와 관련해서 유족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16.10.3 연합뉴스

의료윤리위원회는 지난 6월 7일 ”전공의에게 권한과 책임이 있음을 확인하고, 수정할 것을 권고한다“는 결정을 내렸고, 이에 따라 지난 6월 14일, 9개월 만에 사망진단서 수정이 이뤄졌다.

감사원은 “이 사건의 사망진단서 관련 사항과 같이 사회적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는 중요사항에 대해서는 최대한 신속하게 처리해 사회적 논란을 해소하고 기관의 신뢰도를 떨어뜨릴 수 있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면서 “서울대병원은 유족의 소장이 도달한 지난 2월 1일 이후 대응과정에서 지난 3월 14일 관련 회의 후 논의를 중단했다가 2개월이 지난 5월 19일에서야 다시 회의를 진행해 사망진단서 수정업무 관련 의사결정이 지체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에 따라 서울대병원(의료윤리위원회)의 최종 의사결정 시기와 관련해 언론 등에 또다시 사회적 논란이 제기됨으로써 위 병원의 대외 신뢰도가 부정적인 영향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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