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은석 기자의 호갱 탈출] 유료 주차장서 흠집 난 차… 그냥 보험 처리하라고?

유료 주차장서 차량 파손 보상법

입력:10/13 17:36 수정:10/14 00:47

영업맨 A(40대·남)씨는 최근 거래처 옆에 있는 유료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가 황당한 일을 당했습니다. 일을 마치고 주차장에 다시 와서 차를 타려고 했는데 차 오른쪽 범퍼가 부서져 있었죠. 자세히 보니 조수석 쪽 문에도 긁힌 자국이 있네요. 화가 난 A씨는 바로 주차장 관리인에게 달려가 “어떤 차가 이렇게 만든 거냐”고 따졌지만 관리인은 “나는 못 봤는데…”라며 말끝을 흐립니다.

A씨는 “유료 주차장에 돈 내고 주차한 이유가 다 있는데 관리를 이 따위로 하면 어떡하냐”면서 보상을 요구했습니다. 관리인은 “계속 여기서 지켜봤는데 사고가 난 걸 못 봤고, 어떤 차가 그랬는지도 모른다”면서 “그냥 보험으로 처리하라”고만 하네요. 과연 A씨는 주차장으로부터 적절한 보상을 받을 수 있을까요?

▲ 유료 주차장에서 차가 파손된 경우 주차장 측이 관리에 소홀했다면 수리비를 보상받을 수 있다.
Pixabay 제공

13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최근 유료 주차장에서 접촉사고 뺑소니 등으로 피해를 입었는데도 주차장 측에서 제대로 보상해 주지 않는 등 유료 주차장 관련 소비자 피해가 자주 접수되고 있습니다. 주차 단속이 강화되면서 도심에 불법주차를 못하게 되자 유료 주차장을 이용하는 운전자들이 많아져서이기도 하죠.


A씨의 사례처럼 유료 주차장에 세운 차가 부서지거나 차체에 흠집이 생겼는데 주차장이 제대로 관리하지 않았다면 소비자가 수리비를 보상받을 수 있습니다. 주차장은 차를 일정 기간 손상되지 않게 안전하게 보관해 주는 업종입니다. 그 대가로 주차요금을 받는 거죠. 주차장법에서도 주차장 관리자는 주차된 차량을 보관할 때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게을리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증명하지 못하면 차량 파손 등에 대해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라는 법률용어가 좀 어려운데요. 이면상 소비자원 자동차팀장은 “쉽게 말해서 내 물건을 다루듯이 주의를 다했는지 여부를 말한다”면서 “돈을 받는 주차장 관리인은 자신의 차량을 안전하게 보관하는 것처럼 손님 차량에 최대한 관심과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소비자는 주차장으로부터 손해배상을 받으려면 차가 주차장에서 파손됐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합니다. 차에 달린 블랙박스나 주차장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 영상이 가장 결정적인 입증자료가 됩니다. 흠집이 난 부분에 묻은 다른 차량의 도색 흔적도 중요한 증거죠.

손해배상은 주차장으로부터 수리비를 직접 받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주차장과 분쟁을 직접 해결하지 않고 가입한 자동차보험의 자기차량손해를 통해 처리하는 소비자도 많은데요. 보상을 잘 해 주지 않으려는 주차장과 싸우기가 귀찮아서죠. 보험사에서 소비자 대신 수리비를 주차장으로부터 받아내면 괜찮습니다만, 그렇지 못하면 보험료가 할증되거나 소비자가 수리비의 일부를 자기부담금으로 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이 팀장은 “소비자는 보험처리를 하기보다는 주차장에 주차 계약을 이행하지 않은 것에 대한 책임을, 가해 차량이 확인되면 그 운전자에게 불법행위에 대한 배상 책임을 개별적으로 또는 연대해서 청구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조언했습니다.

주차장에서 차를 뺄 때 차가 파손됐다는 사실을 몰랐다가 나중에 알게 되는 소비자도 많습니다. 바로 주차장에 알리지 않았다가 시간이 지난 뒤에 다시 와서 따지면 손해배상을 받기가 어렵습니다.

주차장 측에서도 주차장 안에서 발생한 사건이 아니라고 우길 수 있어서죠. 주차장을 이용할 때는 반드시 차를 타기 전에 차량 상태를 꼼꼼히 확인해야 합니다.


이 팀장은 “주차장을 선택할 때는 CCTV가 곳곳에 설치돼 있는지, 주차요원은 많은지 등을 살펴보고 차량 관리가 잘되는 곳을 이용해야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면서 “자주 가는 주차장이라면 주차장영업배상책임보험 등에 가입돼 있는지 물어보고 보험에 가입한 곳을 이용해야 한다”고 당부했습니다.

esjan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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