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넥센 팬 위로한 이정후 ‘사자후’

한재희 기자
업데이트 2017-09-26 19:06
입력 2017-09-26 17:56

신인왕 0순위 ‘바람의 손자’

넥센 팬들에게 올 시즌은 아쉬움으로 꽉 찼다. 가장 뼈아픈 게 역시 성적이다. 2013년부터 매년 단골로 포스트시즌(PS)에 모습을 드러냈지만 올해 기회를 놓쳤다. 넥센(69승2무70패)은 26일 기준으로 5위 SK(73승1무67패)에 3.5게임 뒤지고 있어 남은 세 경기를 모두 이기더라도 PS에 진출할 수 없다. 엉망인 성적을 차치하더라도 지난 8월 사과문을 발표해 전직 임원이 과거 최규순 전 심판위원에게 300만원을 건넨 것을 시인하며 논란에 휩싸였으며, 시즌 도중 팀의 주축인 윤석민(32·kt)과 김세현(30·KIA)을 트레이드로 떠나보내 파장을 일으켰다.
이미지 확대
이정후.
연합뉴스
원본 이미지입니다.
손가락을 이용하여 이미지를 확대해 보세요.
닫기
넥센 팬들은 이정후(19)라는 초대형 신인을 찾아낸 흐뭇함으로 쓰린 속을 달랜다. 이종범(47) 방송해설위원의 아들인 이정후는 신인인데도 어엿하게 주전을 꿰차며 맹활약했다. 공격의 물꼬를 터야 하는 리드오프를 붙박이로 맡아 141경기(팀 내 최다)에서 타율 .328(팀내 2위), 177안타(팀 내 1위), 110득점(팀 내 1위), 출루율 .399(팀 내 2위)를 기록했다. 이젠 넥센에 없어선 안 되는 존재가 된 것이다.

KBO리그 역대 신인 기록도 몇 차례 갈아치웠다. 1994년 김재현(당시 LG)이 갖고 있던 역대 고졸신인 최다안타(134개)와 중고·대졸신인까지 모두 합쳐 최다였던 서용빈(1994년·LG)의 157안타까지 뛰어넘었다.

유지현(LG·1994년)이 가지고 있던 역대 신인 최다득점(109점) 타이틀도 이제 이정후의 차지다. 3할대 타율로 시즌을 마무리하는 것도 거의 확실한데, 이 또한 순수 고졸신인으로선 KBO리그 최초다. 남은 세 경기에 모두 나올 경우 신인선수 최초로 전경기 출전 기록도 세운다.

야구계에서는 이미 이정후가 신인상을 맡아 놨다는 평가를 쏟아낸다. 워낙 성적이 좋은 데다 마땅한 경쟁자도 없어 만장일치 가능성까지 조심스럽게 예측된다. 이 경우 박재홍(당시 현대)이 1996년 기자단 투표에서 만장일치(65표)로 신인왕을 수상한 이후 21년 만에 다시 대기록을 맞는다. 순수 고졸신인이 신인왕을 차지하는 것도 2007년 두산 임태훈 이후 10년 만이다.

이정후는 지난 21일 kt전에서 역대 신인 최다 득점 신기록을 달성한 뒤 “선배들 덕분이다. 넥센이라는 팀에 오게 돼 행운이다”라며 신인에게 기회를 많이 주는 팀에 감사를 건넸다. 당시 기사에는 ‘이정후를 둔 넥센의 행운’이라는 댓글이 달렸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2017-09-27 26면

에디터 추천 인기 기사

많이 본 뉴스

120년 역사의 서울신문 회원이 되시겠어요?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