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기념식 그냥 서 있는데 눈물… 보훈 역할 절감”

강윤혁 기자
강윤혁 기자
업데이트 2017-09-26 18:13
입력 2017-09-26 17:58

‘첫 여성 보훈처장’ 피우진 처장 인터뷰

문재인 정부에서 장관급 부처로 격상된 국가보훈처의 수장을 맡은 피우진(61) 처장의 여군 헬기조종사 시절 항공 호출명은 ‘피닉스’(불사조)였다. 피 처장은 30년간의 군생활 내내 남성 중심의 군 문화와 비합리적이고 폭력적인 권위의식에 맞서 싸웠다. 여성 첫 보훈처장으로 다시 한번 불사조처럼 날아오른 피 처장을 26일 서울 용산구 서울지방보훈청 집무실에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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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우진 국가보훈처장이 26일 서울 용산구 서울지방보훈청 집무실에서 가진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정부의 보훈 정책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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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첫 보훈처장으로서 취임 4개월여를 맞는 소감은.

-4개월이 지났는지도 모를 정도로 바쁘게 보냈다. 오늘은 여성제대군인 취업지원과 관련해 미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 네 나라 보훈부와 우리 현역 군인, 예비역들이 참석한 국제보훈워크숍에 다녀왔다. 워낙 다양한 일이 많았고 특히 새로운 보훈정책의 틀을 만들고 밑그림을 그리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취임한 다음날 광주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을 시작으로 많은 정부행사를 주관했다. 가장 기억에 남았던 일은.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하신 유가족들이 가장 강렬하게 인상에 남았다. 행사를 주관하는 사람이 첫 번째 임무를 수행하면서 눈물을 흘린다는 것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근데 정말 그냥 서 있는데 눈물이 나오더라. 왜 그렇게 눈물이 나오는지 묻고 싶었다. 우리 사회의 아픔을 그렇게 따듯하게 보듬는 역할이 보훈이라는 걸 깨닫게 됐다.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문제가 한동안 논란이 됐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복안은.

-제창 문제를 법제화한다든지 규정화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하는데 지금으로서는 사회적 합의를 위한 논의가 필요하다. 다만 기념곡 제창 문제는 그 단체에서 원하는 것을 국가에서 뭐라고 할 문제는 아니다. 광복절에 부르는 노래, 6·25 행사 때 부르는 노래처럼 그분들이 원하는 대로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과 특별한 인연이 없는데 보훈처장에 임명돼 화제가 됐다. 어떤 심정이었는지.

-우선 제가 보훈처장으로 임명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문 대통령과 개인적인 친분도 없었다. ‘젊은여군포럼’ 대표로 활동하며 지난 2월 지지선언을 하고 더불어민주당과 정책간담회를 가진 게 전부였다. 여군의 문제를 공식적으로 다룰 수 있는 단체를 결성해 정책을 입안하고 반영시키려다 보니 당시 문 대통령 후보를 지지하게 됐다. 문 대통령께서 생각하는 ‘사람 중심’의 국정철학이 제가 살아온 세월과 맞물려지면서 공감대를 형성했던 것 같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함께 문재인 정부의 대표적인 여성 각료라는 평가에 대해선.

-둘 다 바쁘다 보니 강 장관과 아직까지 교류는 없었다. 다만 앞으로 부처 간 교류를 하고 연대해야 할 부분이 있다. 보훈처와 외교부가 같이 해외 여성독립운동가나 해외 국가유공자들을 위한 사업을 하는 데 대해 협의해야 할 부분들이 있다. 보훈처가 보훈가족 중심의 ‘따뜻한 보훈’ 정책을 펼치는 데 강 장관께서도 여성으로서 충분히 동의해 주실 것이라 생각한다.

→지난 정부에선 보훈처가 각종 국가 이슈의 중심이 된 적도 있다. 새 정부의 보훈 정책 방향은.

-국가 안보가 위기에 처했을 때 ‘왜 내가 희생해야 하는가’란 질문에 답을 얻는 게 보훈이라고 생각한다. 나라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고 헌신한 분들을 예우하고 그분들이 영예로운 삶을 살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은 마땅히 해야 할 의무다. 문 대통령께서도 늘 강조하셨던 사항이고 보훈의 가장 기본적인 정책 방향은 국가를 위해 헌신하신 분들에 대한 최상의 보상과 예우를 실천하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다른 보훈정책 방향은 단순한 보상과 예우에 머무르지 않고 국가유공자들이 소외당하지 않도록 의료, 요양, 복지, 안장서비스를 강화해 국가유공자의 명예와 자부심을 높이는 ‘따뜻한 보훈’을 추진하는 데 있다.

→보훈처장으로서 앞으로 바람이 있다면.

-저는 매사 단순명료하고 명쾌하게 살아가는 편이다. 그러다 보니 업무는 고리타분할 정도로 원칙을 중시한다. 보훈처가 보훈가족 중심의 ‘따뜻한 보훈’ 정책을 펼치고 실현했다고 평가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저의 희망이자 바라는 점이다.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2017-09-27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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