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알몸 합성사진’ 배우 김여진 “눈 뜨고 보기 힘들다”

신진호 기자
신진호 기자
업데이트 2017-09-15 10:58
입력 2017-09-15 10:58
배우 김여진씨가 국가정보원의 알몸 합성사진 유포에 대해 참담한 심경을 드러냈다.

김여진씨는 14일 자신의 트위터에 “(국정원이 합성한 사진은) 2011년의 사진이라지요. 그게 그냥 어떤 천박한 이들이 킬킬대며 만든 것이 아니라, 국가기관의 작품이라구요. 가족들을, 아니 지금 이 곳에서 함께 쵤영하고 있는 스태프들 얼굴을 어찌봐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지난 일이다, 아무리 되뇌어도 지금의 저는 괜찮지 않습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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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여진씨가 국정원의 ‘알몸 합성사진 유포’에 대해 올린 심경글. 2017.9.15.
연합뉴스 / 김여진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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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많은 각오를 했었고 실제로 괜찮게 지냈습니다. ‘덕분에’ 아이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구요. 그래도 이건 예상도 각오도 못한 일입니다. 그 추함의 끝이 어딘지 똑바로 눈 뜨고 보고 있기가 힘듭니다”라고 덧붙였다.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와 검찰 조사 결과 등에 따르면 2011년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 심리전단은 진보 성향으로 알려진 배우 문성근씨와 김여진씨의 얼굴을 두 남녀가 알몸으로 함께 침대에 누워 있는 모습(영화 ‘컬러 오브 나이트’의 장면)에 합성한 사진을 만들어 유포했다. 사진에는 ‘공화국 인민배우 문성근·김여진 주연’, ‘육체 관계’라고 내용이 담겨 있었다.

국정원 심리전단은 이러한 알몸 합성사진 제작 및 유포 계획을 국정원 상부에 보고한 뒤 실행에 옮긴 것으로 전해졌다. 보고서에는 “그간 운영을 통해 검증된 사이버전 수행 역량을 활용해 ‘특수 공작’에 나서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진은 ‘민간인외곽팀’이 사용하는 아이디를 통해 2011년 10월 네이버 카페 ‘대한민국 긍정파들의 모임’(대긍모) 게시판에 올라왔다. 이 카페는 ‘북괴 타도, 종북 척결’을 주장하는 극우 성향의 모임이다.

영화 ‘박하사탕’, 드라마 ‘이산’ ‘그들이 사는 세상’ 등에서 연기를 펼친 김여진씨는 지난 2011년 1월 홍익대 청소노동자 장기 농성, 김진숙씨 크레인 고공 농성, 반값등록금 1인 시위 등에 함께 목소리를 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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