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노조 “외압·내압에 블랙리스트 출연 배제·하차 종용”

업데이트 2017-09-14 16:44
입력 2017-09-14 16:44

무한도전서 ‘창조경제’ 홍보 압력도…“법적 대응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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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팀(왼쪽부터 양세형, 정준하, 하하, 박명수, 유재석, 광희).
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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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진 퇴진과 공영방송 정상화를 요구하며 11일째 파업 중인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이하 MBC노조)는 14일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의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 작성과 관련한 외압·내압 사례를 공개하고 “블랙리스트로 피해를 본 연예인과 함께 법적 대응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MBC노조 김연국 위원장은 이날 서울 상암동 MBC사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전 대통령과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물론이고 MBC 내부 인사에 대해서도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MBC PD들은 지난 9년간 사측을 통해 블랙리스트에 거론된 연예인의 프로그램 출연 금지, 하차 등의 압박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2009년 방송인 김제동씨가 출연한 파일럿 프로그램 ‘오마이텐트’를 제작한 조준목 PD는 “프로그램 기획 당시 편성국장이 ‘시류를 잘 읽은 기획이며 김제동 같은 MC를 어떻게 데려왔느냐’고 했었다”며 “파일럿 프로그램의 시청률이 13%가 나와 당연히 (프로그램을) 하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조 PD는 그러나 “김제동씨가 KBS ‘스타 골든벨’을 하차한 후 ‘기획이 모호하고 불투명하다’는 이야기가 들렸다”며 “정규 편성이 계속 미뤄지고 2010년 가을이 되니 ‘MC와 제목을 바꾸고 프로그램을 하면 어떠냐’는 말이 나왔다”고 주장했다.

MBC에서 라디오 프로그램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을 진행하다 하차한 방송인 김미화씨는 기자회견에서 공개된 영상을 통해 “2011년 엘리베이터에서 김재철 당시 MBC 사장님을 만났었다”며 “사장님이 라디오가 요새 시끄럽던데 MBC에 좋은 프로그램 많고 딴 데로 가시는 게 어떻겠냐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예능본부에서 수집된 블랙리스트 관련 사례를 발표한 최행호 PD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창조경제를 무한도전이 홍보할 수 있도록 관련 아이템을 방송했으면 좋겠다는 의사가 경영진을 통해 김태호 PD에게 전달됐다”며 “이후 무한도전 아이템으로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을 전달했으나 1년여간 방송을 종용했다”고 주장했다.

최 PD는 “2013년 5월에는 유시민 작가의 ‘무릎팍도사’ 섭외를 예능본부장 승인까지 받아 확정했는데 갑자기 예능본부장이 담당 PD에게 ‘위에서 반대가 심하다’며 녹화를 취소하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작곡가 김형석씨는 일밤 복면가왕 파일럿 방송부터 함께한 구성원이었으나 ‘정치색이 너무 강한 사람이라 안 된다’는 경영진의 요구로 예능본부장이 담당PD를 불러 하차를 종용했다”고 덧붙였다.

MBC노조 김철영 부위원장은 “드라마본부에는 특이하게 화이트리스트도 있었다”며 “정윤회씨 아들에 대해서는 집요하게 캐스팅을 키워주고 배역에 어울리지 않는 출연료를 책정하라는 요구가 내려오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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