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군사옵션 검토” 트라우마 건드린 트럼프

과거 중남미 국가 美내정간섭 경험…베네수엘라 여야 막론 강력 반발

입력:08/13 17:52 수정:08/13 19:07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독재 논란으로 정정 불안을 겪고 있는 베네수엘라에 대한 군사개입 가능성을 거론했다. 베네수엘라는 물론 과거 군사독재 정권 시절 미국의 개입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중남미 국가들도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일제히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이 12일(현지시간) 전했다.

▲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뉴저지주 베드민스터의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과 함께 독재 논란으로 정정 불안을 겪고 있는 베네수엘라에 대한 군사개입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다.
베드민스터 AFP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11일 휴가를 보내고 있는 미국 뉴저지주 베드민스터의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기자들에게 “베네수엘라를 위한 많은 옵션이 있고 필요할 때 쓸 수 있는 군사옵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아주 멀리 있는 곳까지, 세계 곳곳에 군대가 있다”며 “베네수엘라는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데 그 나라 국민이 고통받고 죽어 가고 있다”고 무력 투입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을 타도할 것인지, 또 미국이 어떤 군사행동을 취할 것인지에 대한 물음에는 구체적으로 답변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미국이 베네수엘라 사회주의 정부를 해치려 한다고 수년간 주장해 온 마두로 대통령의 입지를 의도치 않게 강화할 수 있다고 WSJ는 분석했다. 실제로 베네수엘라에선 ‘무력 투입’ 가능성 발언에 대해 여야를 막론하고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마두로 대통령의 아들인 니콜라스 마두로 게라는 “만약 미국이 우리 조국을 더럽힌다면 우리의 총이 뉴욕과 트럼프를 찾아갈 것이고 우리는 백악관을 점령할 것”이라고 맞섰다. 호르헤 아레아사 베네수엘라 외교부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은 제국주의의 두목”이라며 “그의 발언은 베네수엘라의 자주권을 침해한 것일 뿐만 아니라 국제법과 유엔 헌장을 어긴 것”이라고 주장했다. 야권 성향인 엔리 팔콘 라라 주지사도 트위터를 통해 “무례한 트럼프”라며 “이 엉망인 상황은 우리 것이다. 당신 일이나 해결하라”고 비난했다. 다만 야권 지지자 일부는 “(미국의) 군사개입만이 마두로 정권을 축출할 방법”이라는 의견을 내는 등 엇갈린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군사개입 발언은 과거 미국의 내정간섭을 받은 중남미 국가들의 ‘트라우마’도 건드렸다. 마두로 정권의 독재에 반대하며 베네수엘라를 강제 탈퇴시키는 등 실질적 대응에 나섰던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조차 아르헨티나 외교부를 통해 밝힌 성명에서 “대화와 외교적 노력만이 베네수엘라의 민주주의를 증진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의 군사옵션 언급이 이 지역을 혼돈으로 몰아넣었던 과거 미국의 남미 내정간섭 망령을 떠올리게 했다”고 지적했다.

미국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 상원 군사위원회 소속인 공화당의 벤 새스 의원은 “마두로는 끔찍한 인간이지만 의회는 베네수엘라에서의 전쟁을 허락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벤 로즈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도 트위터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마두로 대통령은 물론 그에 반대하는 야당에까지 의도하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우려했다.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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