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21년 재임한 ‘IOC 위원직’ 사퇴한 배경은

오세진 기자
업데이트 2017-08-12 09:45
입력 2017-08-12 09:39
3년 넘게 삼성서울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고 있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직을 사퇴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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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IOC 위원직 사퇴
이건희 IOC 위원직 사퇴 3년 넘게 병원에서 투병 중인 이건희(앞줄 왼쪽) 삼성그룹 회장이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직에서 물러났다. 사진은 이 회장이 IOC 위원 시절인 2013년 9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힐튼호텔에서 열린 제 125차 IOC 총회에 참석해 토마스 바흐(오른쪽) IOC 부위원장과 인사하는 모습. 서울신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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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이전에 선출된 IOC 위원의 정년은 80세다. 1942년생인 이 회장은 아직 IOC 정년이 남았다. 하지만 IOC 집행위원회는 지난 11일 이 회장의 가족으로부터 ‘더는 이 회장을 IOC 위원으로 간주하지 말아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며 이 회장의 IOC 위원직 사퇴를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IOC 집행위원회의 발표 다음 날인 12일 삼성은 이 회장의 IOC 위원직 사퇴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발표하지 않고 있다.

이 회장이 병환을 3년 넘도록 앓고 있어 정상적인 IOC 위원 활동이 어렵다고 판단해 가족들이 사퇴 의사를 밝힌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최근 건강 상태에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전해진 상황에서, 약 2주 앞으로 다가온 장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1심 선고 및 최근 위기에 처한 삼성그룹 상황 등과 연결짓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이런 해석들과 무관하게 체육계에서는 이 회장의 IOC 위원직 사퇴가 ‘막대한 국가적 손실’이라고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달 초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을 만나 ”한국의 국제 스포츠 기여 정도를 감안해 한국 위원 숫자를 3명으로 늘리는 게 어떤가“라고 의견을 물었을 정도로 IOC 위원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이 회장은 1996년 애틀란타올림픽 기간에 열린 제105차 IOC 총회에서 위원으로 선출돼 IOC 문화위원회(1997년)·재정위원회(1998~1999년) 위원으로 활동했다. 또 대한올림픽위원회 명예위원장으로서 한국이 삼수 끝에 평창동계올림픽을 유치하는데 앞장서기도 했다. 글로벌기업 총수로서 각국 정상급 혹은 왕족 출신의 IOC 위원들과 꾸준히 관계를 구축한 것이 평창올림픽 유치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인정을 받고 있다.

비록 이 회장이 IOC 위원직에서 물러났지만 탁구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출신 유승민 선수위원이 남아있다. 하지만 IOC 내에서도 거물급 인사로 활동했던 이 회장의 사퇴는 우리나라의 스포츠 외교에 큰 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이 회장으로부터 바통을 넘겨받아 스포츠 외교를 담당할 후임이 마땅치 않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한편 박영수 특별검사팀으로부터 ‘징역 12년’이라는 중형을 구형받은 이 부회장의 1심 선고기일은 오는 25일에 열린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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