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복숭아/강기원

입력:08/11 17:54 수정:08/12 01:31

복숭아/강기원

사랑은…… 그러니까 과일 같은 것 사과 멜론 수박 배 감…… 다 아니고 예민한 복숭아 손을 잡고 있으면 손목이, 가슴을 대고 있으면 달아오른 심장이, 하나가 되었을 땐 뇌수마저 송두리째 서서히 물크러지며 상해 가는 것 사랑한다 속삭이며 서로의 살점 뭉텅뭉텅 베어 먹는 것 골즙까지 남김없이 빨아 먹는 것 앙상한 늑골만 남을 때까지…… 그래, 마지막까지 함께 썩어가는 것…… 썩어 갈수록 향기가 전해지는 것…… 그러나 복숭아를 먹을 때 사랑은 생각하지 않는 것이 좋다

복숭아는 여름의 보람이고 기쁨이다. 수분 함량이 많고 달콤한 수밀도라면 앉은 자리에서 다섯 개쯤을 거뜬히 먹을 수 있다. 이 시는 복숭아가 아니라 사랑의 잔혹함을 노래한다. 사랑은 사랑한다고 말하면서 살점이나 골즙까지 베어 먹고 빨아 먹고 삼키는 것. 사랑을 웬만큼 해 보지 않았다면 아는 척도 하지 마라! 누가 제정신으로 사랑을 하는가. 누구 사랑의 이타적 숭고함을 말하는가. “마지막까지 함께 썩어가는 것”, 그게 사랑이다. 사랑은 열정의 과도함에서만 시작되고, 더러는 그 과도함이 광기의 촉매가 되는 까닭이다. 모든 사랑은 뇌진탕 같은 약간의 얼빠짐과 이성이 마비되는 미쳐 버림에서 그 불꽃을 일으킨다.

장석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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