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박기영 사퇴 앞서 靑에 ‘부적격’ 의견 전달…속내는 복잡

업데이트 2017-08-11 20:44
입력 2017-08-11 20:44

秋, 의원들 ‘부적격’ 의견 보고받아…禹, 靑 정무수석 접촉

박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이 11일 자진 사퇴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이미 박 본부장에 대한 부적격 의견을 청와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정부 들어 여당이 청와대 인선에 반대 의사를 밝혀 사퇴로 이어진 것은 안경환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 조대엽 전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에 이어 세 번째다.

민주당은 이번 박 본부장에 대한 논란이 벌어진 이후 줄곧 ‘무대응’ 기조로 일관해왔다.

당내에서는 박 본부장에 대한 반대 의견이 우세했지만, 그렇다고 이런 목소리를 공개적으로 낼 경우에는 당청갈등으로 비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박완주 수석대변인은 대변인실에 이 문제에 대해 논평을 삼가도록 조치했고, 원내지도부 역시 의원들이 최대한 개별대응을 하지 않도록 당부했다.

그러면서도 내부적으로는 국민 여론과 당내 의원들 의견을 취합, 이를 바탕으로 청와대에 ‘부적격’ 입장을 전달했다.

이를 위해 지도부는 물밑에서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을 보였다.

우선 추미애 대표는 대변인실을 통해 당내 의원들의 뜻을 수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추 대표는 우원식 원내대표와 전화 통화를 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한다.

당 관계자는 “추 대표에게는 당내 부적격 의견이 많다는 보고가 올라간 것으로 안다”며 “추 대표와 우 원내대표 사이에도 그런 방향으로 공감대가 형성됐을 것”이라고 전했다.

원내지도부 역시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의원들이 ‘부적격’ 의견을 전달한 이후 부대표단이 나서서 다른 의원들을 상대로 의견을 취합했다.

우 원내대표는 박 본부장이 전날 간담회에서 사퇴 거부 의사를 밝힌 직후 청와대와 전병헌 정무수석과 통화해 의원들의 뜻을 알렸다고 한다.

당 대변인단 역시 청와대 대변인실과 별도로 접촉해 이런 기류에 관해 얘기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당 지도부는 박 본부장이 결국 사퇴하리라는 점을 사전에 감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원내 관계자는 “우 원내대표는 아마 오늘도 청와대와 접촉해 기류를 파악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이날 오후 박 본부장이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이번 논란은 일단락됐지만 여당인 민주당의 속내는 복잡한 상황이다.

일부에서는 논란이 더 커지는 것을 피했다는 점에서 한숨을 돌리는 듯한 모습도 보인다.

당 관계자는 “박 본부장에 대한 반대여론이 워낙 거셌다”며 “청와대가 이런 민심을 존중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결국은 여권에 부담이 늘었다는 관측도 나왔다.

당의 다른 관계자는 “공직자 사퇴는 어떻게든 정부와 여당에 악재가 될 수 있다. 인선 책임론도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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