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블릭 詩IN] 차를 마시다

입력:08/06 22:34 수정:08/06 22:54

▲ 서울신문 DB

중년의 어머니가

고스란히 상자에 담겨 내게로 왔다

때깔 고운 보자기를 풀자

쏟아져 나오는 찻잔들, 다구와 찻상

고단한 삶 속에서도 꼿꼿이 고개를 들고

친정집 진열장에서 빛을 내고 있던

어머니의 작은 조각들

야야, 인자 나는 다 필요없데이

차도 마실 만큼 마 다 아이가?

찻잔도 손에 무거븐 나이가 된 기라

생의 허물을 또 한 번 벗고

저물어갈 채비를 하시듯

벗은 허물을 가지런히 정리하신 어머니

오목한 다기마다

고봉처럼 쌓여있는 어머니의 침묵들

또르르 찻물 따라내니

하나, 둘 깨어나 춤을 춘다

침묵은 혀뿌리에 걸리고,

입 속에 스미고 내 몸을 돌아

나직한 경이 되어 허공을 울리고 있다

다시 한 번

두 손으로 보듬어 찻잔을 든다

미련 없이 벗어 낸 어머니의 허물을 받아 든

중년의 내가 할 일이라는 듯

천천히, 조심스럽게

▲ 권덕은 고양 안곡초등학교 교사

권덕은 (고양 안곡초등학교 교사)

20회 공무원 문예대전 동상 수상작

서울Pn- 서울신문 자치 · 정책 · 고시 뉴스

정책 · 행정

지방자치

  • 서울區政

    고시 · 채용

    페이스북 카카오톡 플러스 카카오스토리 유튜브

    알짜배기 뉴스만 쏙쏙!! SNS에서 바로 보는

    로그인 PC버전 TOP으로

    이용약관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책임자:박현갑)

    Copyright ⓒ 서울신문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