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친 품새에 환호성…절도있는 태권도로 하나 된 남북

강국진 기자
강국진 기자
업데이트 2017-06-25 21:11
입력 2017-06-25 18:06

막 오른 무주 WTF 세계태권도선수권… 北시범단 시범공연

태권도는 분단의 축소판이다. 해방 뒤 육군 최홍희(1918~2002) 장군이 군대에 보급하는 무예를 확립하고 ‘태권도’로 명명한 뒤 남쪽에서 발전하던 태권도는 최홍희가 망명과 월북을 하면서 북쪽 태권도와 남쪽 태권도로 다른 길을 걷게 된다.

남쪽이 주도하는 세계태권도연맹(WTF)과 달리 북쪽이 주도하는 국제태권도연맹(ITF)이 지난 24일 전북 무주 태권도원에서 펼친 시범공연은 초창기 태권도의 전투적 성격을 유지해 온 북쪽 태권도의 특성을 고스란히 드러내면서 대중 스포츠로서의 성격을 강화한 남쪽 태권도와는 또 다른 재미를 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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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릿하게 박력 있게… 北시범단 시범공연
짜릿하게 박력 있게… 北시범단 시범공연 북한 태권도 시범단이 지난 24일 전북 무주군 태권도원에서 열린 2017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개막 축하공연에서 격파 시범을 선보이고 있다.
무주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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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ITF, WTF와 두 번째 만남

먼저 1966년 ITF가, 7년 뒤인 1973년 WTF가 첫발을 뗐다. 두 갈래로 나뉜 남북 태권도가 한반도, 그것도 남쪽에서 자리를 함께한 것이다. 두 연맹 경기인들이 마주한 것은 역사상 두 번째다. 2015년 WTF 주관으로 열린 러시아 첼랴빈스크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처음으로 ITF가 시범을 선보였다. 두 단체가 2014년 8월 중국 난징에서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상호 인정과 존중, 다국적 시범단 구성 등을 약속한 합의 의정서를 채택한 것을 계기로 이번 공연을 갖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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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릿하게 박력 있게… 北시범단 시범공연
짜릿하게 박력 있게… 北시범단 시범공연 북한 태권도 시범단이 지난 24일 전북 무주군 태권도원에서 열린 2017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개막 축하공연에서 격파 시범을 선보이고 있다.
무주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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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릿하게 박력 있게… 北시범단 시범공연
짜릿하게 박력 있게… 北시범단 시범공연 북한 태권도 시범단이 지난 24일 전북 무주군 태권도원에서 열린 2017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개막 축하공연에서 멋진 발차기 시범을 선보이고 있다.
무주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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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박 9일 일정으로 36명 한국행

8박 9일 일정으로 지난 23일 입국한 ITF 대표단과 시범단은 모두 36명이다. 시범엔 송남호 감독 등 16명이 나섰다. 약 30분에 걸친 시범공연에서 ITF 태권도는 힘과 절도를 뽐내는 동작을 바탕으로 투박하고 거친 모습을 고스란히 표출했다. 위력격파 등에서는 차력처럼 느껴져 환호성을 자아냈다. 남쪽 대중에게 다가서기 위해 희극적인 요소를 가미한 상황극을 연출하기도 했다.

남쪽 태권도의 품새에 해당하는 ‘틀’ 24개 가운데 21개의 동작으로 구성된 ‘단군’을 보여 줬다. 이어 한 번 뛰어 격파 등 다양한 기술 격파와 5㎝, 6㎝, 10㎝ 두께 송판을 깨는 위력격파, 호신술 등으로 이어졌다. 호신술에서는 “평범한 여성도 태권도를 수련하면 얼마든지 강한 상대를 제압할 수 있다”는 해설이 곁들여졌다. 데이트를 하는 남녀에게 접근해 시비를 거는 치한들을 물리치는 ‘1대3 맞서기’에는 여성 관중을 참가시키기도 했다.

●송판격파 실수에도 관중들 응원

공연에선 10㎝ 송판 격파에서 계속 실수가 이어졌지만 관중들은 시범단원을 응원하는 박수로 긴장을 덜어 주려는 배려를 선보여 동포애를 뽐냈다. 태권도원을 찾은 문재인 대통령은 시범공연을 끝까지 지켜본 뒤 기념촬영까지 했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2017-06-26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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