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팔 없는 14세 포수, MLB 경기 시포

임병선 기자
업데이트 2017-06-22 23:32
입력 2017-06-22 22:40

중학야구팀 주전 루크 테리, 완벽한 시포·송구로 감동

22일(한국시간)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의 오리올 파크 앳 캠던 야즈에서 열린 미국프로야구 볼티모어-클리블랜드 경기에 앞서 여느 시구-시포와 다른 시포자가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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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테리아 감염 합병증으로 생후 19개월 만에 오른팔 아래를 모두 잃은 미국 테네시주 코너스빌 중학교 야구부의 주전 포수 겸 3번 타자 루크 테리(왼쪽)가 22일 캠던 야즈에서 열린 미국프로야구 볼티모어-클리블랜드 경기에 앞서 시포를 한 뒤 존 러셀 볼티모어 벤치 코치와 얘기를 나누고 있다.
볼티모어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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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구자는 볼티모어 투수 출신으로 명예의전당에 입회한 짐 팔머(72). 그런데 그의 시구를 받아낸 14세 소년은 오른팔이 없어 왼팔만으로 공을 받았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팔머가 뿌린 공을 미트로 받은 그는 마운드 옆에 있던 존 러셀(56) 볼티모어 벤치 코치에게 깔끔한 송구를 완벽하게 해냈다.

물론 모든 동작을 왼팔로만 해냈다. 공을 받아 살짝 공중으로 띄운 뒤 재빨리 미트를 벗어 다시 맨손으로 공을 잡아 송구까지 해낸 것이다.

주인공은 테네시주 코너스빌 중학교 야구팀의 주전 포수 겸 3번 타자로 활약하는 루크 테리. 두 살 때 박테리아 감염 합병증으로 세 차례 수술 끝에 오른쪽 어깨 아래를 모두 잃은 테리는 “원래는 공을 잡고 글러브를 벗은 뒤 땅에서 공을 주워 송구했다. 하지만 이게 너무 느리다는 생각이 들어 이 방법을 연습하기 시작했다. 몇 년이 걸려서야 완벽하게 해낼 수 있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장애를 극복한 테리의 시포를 옆에서 지켜본 볼티모어 포수 케일럽 조지프(31)는 경외심을 토로했다. 그는 “무척 우아한 동작이었다. 분명 수천 번은 연습했을 것”이라며 “솔직히 말해서 눈물을 참느라 힘들었다. 내게도 두 살짜리 아들이 있는데, 내 아들도 어떤 비극과 마주하더라도 테리처럼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테리의 시포에서 더 큰 감동을 느낀 건 힘들었던 자신의 과거가 떠올라서였다고 덧붙였다.

그는 “더블A에서만 4년을 머물렀는데 정말 야구를 포기할 뻔했다. 돈도 없었고 식탁을 채우는 것조차 힘들 정도였다. 감사하게도 주변에 용기를 불어넣어 주는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아마 테리의 삶 역시 그랬을 거다. 그건 정말 특별한 일”이라며 감회에 젖었다.

테리뿐만 아니라 최근 미국에 등장한 여러 ‘외팔 선수’들이 적지 않은 용기와 감동을 안겨주고 있다. 미네소타주립대에 재학 중인 파커 핸슨(21)은 오른손만 갖고 태어나 주축 선수로 활약 중이고 오른손 투수 조시 스티븐스(18)는 당당히 실력을 인정받아 대학 진학에 성공해 화제를 모았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2017-06-23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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