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스파이 색출에 안간힘을 쓰는 중국

김규환 기자
업데이트 2017-05-24 18:33
입력 2017-05-24 18:33
 중국이 외국 스파이(간첩) 색출 작전에 돌입했다. 중국 당국이 반스파이법과 등을 제정해 외국인에 의한 조사 활동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베이징시는 최근 간첩 검거를 도운 시민들에게 포상금을 내거는 등 외국 스파이 검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에서 암약하던 미국과 일본의 현지 정보요원들이 대거 노출되는 바람에 대중국 정보망이 사실상 와해된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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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앙정보국(CIA) 로고.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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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당국은 지난달 10일부터 외국 스파이와 국내 포섭 간첩을 색출하기 위해 거액의 포상금을 내걸었다. 베이징시는 간첩을 검거하는데 도움을 준 시민에 최대 50만 위안(약 8264만원)의 포상금을 지불하는 ‘공민 간첩행위 신고 장려조례’의 본격적으로 시행에 들어갔다. 베이징시는 “외국 정보기관과 적대 세력이 중국에 대해 침투와 전복, 분열, 파괴, 기밀 절취 등 공작을 벌이는 최적지로서 수도인 베이징을 택하고 있다”며 “이들의 간첩을 일망타진하려면 시민의 전폭적인 지원과 지지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베이징시에 따르면 시민들은 전화와 우편물, 직접 방문의 3가지 방식을 통해 외국 스파이를 신고할 수 있으며 제보한 단서와 실제 검거 실적에 따라 3단계로 나눠 포상금을 지급한다. 간첩신고 1등급은 10만~50만 위안, 2등급 경우 5만~10만 위안, 3등급 1만 5000 위안의 포상금을 책정하고 있다. 중국 당국은 앞서 2014년 11월 치안 유지를 목적으로 반스파이법과 새 국가안전법 등을 제정해 외국인에 의한 조사 활동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있다. 이 덕분인지 중국 당국은 각지에서 암약하는 외국 스파이의 상당수를 시민 신고를 받아 적발해 체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교도통신은 지난 3월 산둥(山東)성 옌타이(煙台)와 하이난(海南)성 싼야(三亞)에서 일본인 남성 3명씩 모두 6명을 구속됐다고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22일 보도했다. 통신은 산둥 성에서 구속된 남성 3명에 대해선 추가 언급을 하지 않은 채 두 지역에 중국 해군 항구 등이 있는 것으로 미뤄 중국 당국이 이들에게 간첩 행위 연루혐의를 적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산둥성 칭다오(靑島)항은 중국 해군 북해함대 사령부가 있는 곳으로 항공모함 ‘랴오닝(遼寧)’함의 모항(母港)이다. 하이난성엔 잠수함 기지인 위린(楡林)항 등 군사시설이 밀집해 있다.

 그러나 중국 당국에 구속된 일본인 남성들이 지하자원 탐사·개발업을 하는 회사와 그 협력업체 직원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중 4명이 속한 일본 회사는 “중국의 기업으로부터 호텔 등의 온천 개발을 하기 위해 기술을 지원해달라는 의뢰를 받고 현지에 (사원들을) 보냈다”며 “(사원들이) 국가의 안전에 관한 일을 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한 것으로 NHK방송이 전했다. 중국 당국은 이번 사건 외에도 2015년 이후 일본인 남녀 5명을 스파이 행위에 연루됐다며 국가안전 위해 등의 혐의로 구속한 적 있다. 이 중 4명에 대해선 이미 재판이 시작됐다.

 이런 가운데 중국 당국이 2010년부터 미국 중앙정보국(CIA)에 정보를 제공하던 현지 정보요원 20여 명을 살해하거나 투옥하는 등 대중국 첩보망을 조직적인 와해를 시도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0일 보도했다. NYT는 10여명의 전·현직 미 관리의 말을 인용해 중국이 2010~2012년 현지 정보요원 20여명을 살해하거나 투옥해 미국의 첩보수집 능력이 큰 타격을 입었다고 밝혔다. 일부 현지 정보원은 중국 권력층의 부패에 환멸을 느끼는 현지인으로 전해졌다. NYT에 따르면 중국 당국에 의해 살해·투옥된 CIA 정보요원은 18∼20명이다. 살해된 사람은 10명을 조금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청사 마당에서 동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중국 요원들의 총격을 받고 숨진 경우도 있었다. 2010년은 CIA에는 중국 정부의 내밀한 고급 정보가 밀려들어 오던 시기였다. CIA가 중국 권력층 깊숙이 정보원들을 배치한 덕분이었다.  

 그런데 그해 말부터 첩보가 크게 줄어들다가 이듬해에는 연락이 두절되고 한 명씩 사라지는 흐름이 뚜렷해졌다. 당시 CIA와 연방수사국(FBI)은 중국 첩보망에서 비상 상황이 벌어졌다고 판단하고 암호명 ‘벌꿀 오소리’(Honey Badger)라는 합동조사에 착수했다. 이런 일이 발생한 원인은 명확히 규명되지 않고 있다. 일단 ‘변심한’ 정보원이 중국 당국 쪽으로 돌아섰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합동조사반은 이를 염두에 두고 베이징 주재 미국대사관의 모든 직원을 거의 전원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이 CIA와 정보원들의 교신에 이용되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해킹했을 가능성도 의심된다. CIA 정보원들이 접선 장소나 동선을 중국 당국에 노출하는 등 무람없이 활동하고 다녔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합동조사반은 정보수집 활동에 불만을 품고 CIA를 떠난 한 중국계 미국인 정보원을 주목했다. 그를 미국으로 불러 조사했지만 혐의 입증에 실패했다.

 NYT 보도에 대해 중국 언론은 “영화 ‘미션 임파서블’의 새 버전 같다”고 비아냥대며 허구라고 반박했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자매지이자 환구시보(環球時報)의 영자지 글로벌타임스는 22일 ‘나르시시즘(자기도취)으로 가득찬 NYT의 정보원 보도’라는 사설을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글로벌타임스는 “(NYT 보도는) 미국의 정보원이 중국에서 실종되고, 일부는 비참하게 죽었다는 줄거리의 ‘미션 임파서블’ 새 시리즈 도입부 같다”며 “기사를 쓴 기자는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에 깊게 중독된 것 같다”고 비꼬았다.

 글로벌타임스는 “NYT 기사는 수없이 인용됐는데, 그 진위 여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며 “한 요원이 관공서 내에서 총살됐다는 것(NYT 기사 내용)은 미국식 상상력이 동원된 얘기다. 철저히 날조됐다”고 주장했다. 이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도 “중국 당국이 적절한 사법 절차 없이 간첩을 죽이는 일은 없다”며 “현행 중국법은 다른 나라를 위해 스파이 행위를 할 경우, 최고 사형에 처할 수 있다”고 중국 당국을 옹호했다. 글로벌타임스는 또 “이번 보도가 제기된 시점을 주목할 가치가 있다”며 “미·중 양국은 6월 트럼프 행정부 집권 이후 첫 미중 외교안보 대화를 개최할 예정”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만약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우리는 오히려 우리 정보당국의 반 간첩 작전에 찬사를 보내야 한다”며 NYT 보도가 사실이더라도 오히려 중국이 당당해야 할 일이라 주장하기도 했다.

 이 와중에 중국에서 구금됐던 중국계 미 여성 사업가가 복역 2년만에 풀려나 주목을 끈다. 중국 당국은 지난달 28일 간첩 혐의로 복역 중인 판완펀(潘婉芬·57)을 강제 추방했다. 미 휴스턴에 거주하던 판은 2015년 휴스턴시 홍보단 일원으로 자매 도시인 광둥(廣東)성 선전을 방문하려다가 중국 당국에 억류됐다. 중국 당국은 판이 1996년 중국에서 스파이 활동을 한 뒤 미국으로 돌아가 1997~1998년 외국 간첩 기관에서 활동할 중국 국민을 모집했다며 간첩 혐의를 적용했다. 이에 그녀의 남편은 아내의 여권 기록상 1996년 중국에 출입국한 사실이 없다며 “사실과 전혀 다르다”고 반박했다. 양측 주장이 엇갈리면서 판의 구금 문제는 전임 정부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 때부터 미·중 갈등을 촉발하는 요인이자, 양국 관계를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로 떠올랐다. 그녀의 추방은 지난달 초 미·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조성된 두 나라의 우호적인 분위기를 반영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견해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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