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커제 대국…알파고의 ‘초반 흔들기’ 한수 한수에 탄성

업데이트 2017-05-23 15:45
입력 2017-05-23 13:51

비내리는 우전엔 바둑과 AI·전통과 미래 교차

“인간의 경지를 뛰어넘은 알파고에게 커제(柯潔) 9단이 특단의 대책이 없다면 1승도 거두기 힘들 겁니다”

김성용 9단은 23일 구글의 인공지능(AI) 알파고와 세계 바둑랭킹 1위 커제(柯潔) 9단이 승부를 펼치는 중국 저장(浙江)성 우전(烏鎭)의 국제인터넷컨벤션센터에서 이 같이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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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제 9단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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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9단은 자존심은 깎이고 비겁해 보이지만 1승이라도 거두려면 ‘흉내 바둑’이라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흉내바둑은 상대가 두는 수와 대칭되게 그대로 두면서 상대의 실착이 나올 때 우세를 확보하는 방안이다.

인간과 인공지능간 2라운드 바둑 대결에서 인류의 자존심을 지키려는 바둑고수들의 비책이 속속 날아들고 있다.

정확히 오전 10시30분(현지시간) 컨벤션센터 2층의 징싱(景行)청 대국장에 들어선 커제 9단은 무표정했다.

자리에 앉아 흑돌을 잡은 커제 9단은 4·3에 첫 포석을 뒀다. 1분도 안돼 알파고가 대응했다.

다소 평이해 보이던 반상 대국은 알파고가 10수부터 이전 프로기사들이 두던 것과다는 다른 수로 판을 흔들기 시작했다.

컨벤션센터 1층에 자리잡은 1천여석의 대국 해설장에는 탄성이 흘러나왔다. 내외신 기자들과 바둑계 관계자들이 대거 몰린 이곳에선 커제 9단과 알파고의 한수 한수에 촉각을 세웠다.

커제 9단은 전세계에 생중계되고 있는 상황은 의식도 하지 않은 듯 머리를 감싸쥐거나 긁적이며 철없는 어린이 같은 표정으로 곰곰히 다음 수를 생각했다.

김성용 9단은 알파고의 수가 늘어갈수록 잇따라 “처음보는 수”, “커제가 말리고 있다”, “알파고가 자유자재 현람함으로 무장했다” 등의 해설평을 내놓으며 알파고의 우세승을 예측했다.

대국이 열리는 우전엔 이날 이른 아침부터 비가 내리며 고즈넉한 옛 마을을 적시고 있다. 중국 강남의 6대 ‘수향고진’(水鄕古鎭·물가에 있는 마을)으로 꼽히는 이곳에서도 전통 가옥의 기와지붕을 외벽으로 장식한 외곽의 컨벤션센터가 확연히 눈에 들어온다.

전세계 바둑 애호가의 관심이 쏠린 우전은 인구 6만명에 불과한 소도시지만 중국 당국이 매년 세계인터넷대회를 개최하는 ‘인터넷 마을’로 이름난 곳이다. 멀지 않은 항저우(杭州)에는 중국 전자상거래업체로 인공지능 육성의 선두주자인 알리바바 본사가 자리잡고 있다.

구글과 중국바둑협회가 인간과 기계간 2라운드 대결의 장소로 택일한 이유가 엿보인다. 우전이 속한 저장성은 특히 중국 전설상 바둑의 발원지로 알려진 란커산(爛柯山)이 자리잡고 있고 커제 9단의 고향(리수이<麗水>)과도 멀지 않은 곳이기도 하다.

란커산은 해발고도 164m의 작은 산이지만 주봉이 멀리서 보면 거대한 돌다리 모양의 바둑판과 같다. 예로부터 신선들이 이 산에서 바둑을 뒀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커제 9단이 대국에 앞서 알파고의 기량에 한결 위축된 모습으로 “과거 알파고의 수는 인간의 것이었으나 지금은 신선의 경지에 올라있다”고 평가했던 것을 떠올리게 한다.

바둑과 인공지능, 전통과 미래가 교차하는 이곳에서 알파고와 커제의 대국을 계기로 인간과 인공지능의 공존, 화합을 모색하는 자리로 삼고 있다는 평이 그래서 나온다.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은 이날 개막식에서 “경기 결과에 관계없이 인류의 승리가 될 것”이라며 “이번 대국에서 궁극적인 문제는 인공지능이 세계 최고의 바둑기사를 이길 수 있다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로 협력하고, 혁신적인 기술을 통해 학습하고 습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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