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체 10분 만에 쐐기골
10개월 만에 악몽 극복
‘상전벽해’란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일까. 지난해 7월 24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프로축구 K리그 클래식 경기에서 신인 미드필더 임민혁(FC서울)은 선발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당시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자원이던 주전 선수들의 차출로 생긴 공백 덕에 ‘땜방 데뷔전’을 치른 그는 그러나 잊을 수 없는 경험을 맛봤다.
원본 이미지입니다.
손가락을 이용하여 이미지를 확대해 보세요.
손가락을 이용하여 이미지를 확대해 보세요.
그러나 그날의 커다란 경험은 이후 임민혁에게 살과 피가 됐다. 지난 21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U20(20세 이하) 월드컵 조별리그 A조 첫 경기. 1-0으로 앞선 기니와의 경기 후반 20분 임민혁은 이상헌(울산)을 대신해 그라운드를 밟았다. 경기장을 가득 메운 3만 7500명의 관중이 귀를 얼얼하게 만들 듯한 응원전을 펼쳤지만 이제 임민혁은 떨지 않았다.
10개월 만에 완전히 달라졌다는 사실을 알리는 데 걸린 시간은 단 10분이었다. 후반 31분 상대 문전으로 파고들어 이승우(FC바르셀로나 후베닐A)의 종패스를 받은 임민혁은 상대 골키퍼와 일대일 기회를 만든 뒤 오른발로 이날의 두 번째 골을 기니의 골망에 박았다. 관중의 함성에 기가 눌려 볼 터치도 제대로 못했던 1년 전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0-1로 뒤진 가운데서도 기세를 올리던 기니를 숨죽이게 만든 한 방이었다. 작은 체구(170㎝, 66㎏)에도 날렵한 움직임을 보고 낙점한 신태용(47) 감독의 선택과 용병술이 틀리지 않았다는 점을 증명한 골이기도 했다.
임민혁의 골은 K리그에서 다진 경험을 영양분으로 국제무대에서 핀 꽃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K리그 클래식은 유망주 육성을 위해 U23 선수 의무 출전 규정을 꾸리고 있다. 이들은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프로 무대 관중의 거친 함성을 일찌감치 겪었고, 이번 대회 자신의 자리에서 튼튼하게 뿌리를 내렸다.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2017-05-22 23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