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백기 투항’ 교보생명만 중징계…자살보험금, 먼저 맞는 매가 아팠다

유영규 기자
유영규 기자
업데이트 2017-05-17 23:09
입력 2017-05-17 22:14

전액 지급 거부해 일부 영업 정지

‘무조건 전액지급’ 삼성·한화는
‘기관경고’ 상대적 가벼운 처분


자살보험금을 제때 지급하지 않은 생명보험사들에 대한 최종 제재가 확정됐다. 그런데 가장 먼저 “자살보험금을 지급하겠다”며 백기를 든 교보생명이 가장 센 징계를 받았다. 눈치를 보며 저울질하다가 막판에 투항한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은 상대적으로 가벼운 징계를 받았다. 왜일까.

금융위원회는 17일 정례회의를 열고 교보생명에 대해 1개월 영업 일부 정지를, 삼성·한화생명에 대해선 기관경고 처분을 확정했다. 이들 보험사는 고객이 책임 개시일 2년 이후 자살하면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하겠다고 약관에 써 놓고는 주지 않았고, 금융 당국이 제재를 예고하자 뒤늦게 지급했다.

이로 인해 교보생명은 재해사망을 담보하는 보장성보험을 한 달간 판매하지 못하며, 3년간 인수합병(M&A) 등 신사업을 벌일 수 없게 됐다. 삼성·한화생명은 1년간 새로운 사업에 진출하지 못한다. 과징금은 삼성생명에 8억 9000만원, 교보생명에 4억 2800만원, 한화생명에 3억 9500만원이 부과됐다.

‘회초리’의 강도는 ‘빅3’가 각자 내밀었던 히든카드에 따라 달라졌다. 교보는 가장 먼저 백기 투항했지만 내민 카드가 비교적 약했다. 자살보험금 관련 대법원 판결이 처음 난 2007년 이전 계약에 대해서는 원금만 지급하고 지연이자를 주지 않겠다고 한 것이다. 소급해서 자살보험금을 주긴 주되 전액 지급은 아니었던 셈이다. 반면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은 ‘조건 없는 전액 지급’을 약속했다. 교보와 달리 금융 당국의 제재 결정이 내려지던 당일 아침까지도 입장 표명 없이 버텼으나 ‘최고경영자(CEO) 중징계’라는 심상찮은 당국 기류를 파악하고 두 손 두 발 다 든 것이다. CEO가 중징계를 받으면 삼성생명의 경우 김창수 사장이 연임할 수 없게 된다. 김 사장과 차남규 한화생명, 신창재 교보생명 대표이사는 최종적으로 경징계인 ‘주의적 경고’를 받았다.

금융 당국의 한 고위 관계자는 “결과를 놓고 보면 교보가 빅3 가운데 가장 소극적으로 자살보험금을 지급한 회사”라면서 “징계 수위는 과정보다는 결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해명했다.

유영규 기자 whoami@seoul.co.kr
2017-05-18 22면

에디터 추천 인기 기사

많이 본 뉴스

120년 역사의 서울신문 회원이 되시겠어요?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