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칼퇴’했다가… ‘킬’?

‘문재인 대통령 시대’ 공직사회는 지금

입력:05/14 17:36 수정:05/14 17:43

가려운 등 긁어 주듯… 이것만은 살뜰히 챙겨 주세요

공무원들은 새로 취임한 문재인 대통령에게 어떤 바람을 갖고 있을까.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에서 일하는 공무원들을 만나 문재인 정부에 원하는 바를 직접 들어 봤다.

이들은 새 대통령이 일자리 정책과 교육 정책 등 미래 세대를 위한 대안 마련에 누구보다 앞장서 주기를 바라고 있었다.

또한 정부 부처 세종시 이전과 공무원 자기계발 확대, ‘칼퇴근법’ 시행 등 자신들의 이해관계가 걸린 문제에 대해서도 명확한 해법을 기대했다.

▲ 문재인 정부 출범으로 공직사회에는 기대와 함께 긴장감이 교차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9일 문재인 대통령이 서울 세종로공원에서 열린 대국민 인사에 참석해 지지자들과 악수를 하고 있는 모습이다.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많은 공무원들은 문 대통령이 취임과 동시에 일자리 문제를 챙기고자 ‘대통령 직속 국가일자리위원회’를 만들기로 한 것을 환영하며 실효성 있는 대안이 나오길 바랐다. 새 정부의 사활이 걸린 핵심 정책인 만큼 단순한 재정 지원 수준의 대책을 넘어 ‘어떻게 하면 질 좋은 일자리를 늘릴 수 있을까’를 근본적으로 고민해 처방을 찾아 달라고 입을 모았다. 정경훈 고용노동부 고용정책총괄과장은 “그간 나온 일자리 대책이 대부분 실패한 이유는 전문가들이 충분한 시간을 갖고 논의하지 못하다 보니 국민들의 공감을 얻지 못해 현장에 적용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라면서 “새 대통령은 공공 일자리뿐 아니라 질 좋은 민간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것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 “교육개혁 등 미래세대 위한 정책 꼭 성공을”

자라나는 세대를 위한 제대로 된 교육 정책에 대한 당부도 있었다. 유재정 서울교육청 장학사는 “문 대통령의 교육 공약 가운데 고교생이 직접 수업을 설계해 듣는 ‘고교 학점제’는 지금의 교육 시스템을 완전히 바꾸는 것인 만큼 반드시 성공했으면 좋겠다”면서 “새 대통령의 교육 공약 상당수가 진보 진영에서 가져왔기 때문에 (진보 교육감이 다수인) 현 지방 교육청과의 관계도 좋아져 양측 간 갈등도 줄어들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금융위원회 소속 한 과장은 “더이상 사교육이 필요 없는 교육환경과 맞벌이 부부가 안심하고 아이를 맡길 수 있는 보육환경, 비정규직도 정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는 근로환경, 미세먼지 걱정 없이 아이들을 키울 수 있는 대기환경, 성범죄와 아동 관련 범죄를 엄하게 처벌하는 사회환경을 조성해 달라”고 전했다.

공무원들은 서울과 과천 등에 남아 있는 정부 부처의 세종시 이전에 대해서도 큰 관심을 갖고 있었다. 한 미래창조과학부 사무관은 “세종시 이전 대상 부처가 어딘지 명확히 밝히지 않다 보니 주택 구입이나 자녀 교육 등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공무원도 일반인과 마찬가지로 현실과 부딪치며 살아야 하는 ‘생활인’인 만큼 새 정부에서 최대한 빨리 청사 이전 로드맵을 마련해 혼란을 줄여 달라”고 말했다. 법무부 소속 사무관도 “남아 있는 부처를 모두 세종시로 내려보내려면 어떤 절차를 거쳐야 하는 지 투명하게 알려 줬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중앙부처 소속 한 고위 공무원은 보다 넓은 자기 계발 기회를 제공해 줄 것을 건의했다. 공직자로 20년 넘게 일했지만 제대로 된 재교육 기회를 접해 본 적이 없었다는 그는 “예를 들어 사무관(5급)에서 서기관(4급)으로 승진하거나 서기관에서 부이사관(3급)으로 승진할 경우 반드시 역량평가를 거쳐야 하지만 현 시스템에서는 이런 자질을 키울 수 있는 방법이 전무하다”며 대안 마련을 요구했다.

법무부 소속 한 부이사관도 문 대통령이 제시한 ‘칼퇴근법’에 대한 세부안을 마련해 달라고 덧붙였다. 민원인이 자주 드나드는 부처나 부서에서는 퇴근 시간이 됐다고 해도 칼퇴근이 불가능한데, 이 경우 어떻게 해야 하는지 좀더 세심히 챙겨 달라는 주문이었다.

한 경찰 간부는 현 국가정보원 국내 파트를 경찰로 이관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그는 “(지금처럼) 특정인을 사찰하거나 사설 정보지(찌라시) 내용을 취합하는 수준의 활동에 머문다면 그야말로 인력 낭비일 수밖에 없다”면서 “국정원의 국내 정보 분야를 경찰이 맡아 전문 담당자를 지정하는 등 합리적이고 투명하게 운영하면 국가적으로도 큰 이익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반면 새 대통령에 대한 애정 어린 충고도 있었다. 한 중앙부처 사무관은 문 대통령에게 능력 있는 사람이 대우받을 수 있도록 모두가 공감할 만한 인사 기준을 마련해 달라고 주문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들어선 모든 정권에서 자신을 도운 이들에 대한 ‘논공행상’ 차원에서 장·차관 인사를 단행하다 보니 정부 효율은 늘 뒷전일 수밖에 없었다고 그는 아쉬워했다. 그는 “국가와 국민을 위해 제대로 봉사할 수 있는 능력 있는 분들을 대거 발탁해 이제부터라도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어 달라”고 당부했다.

# “참여정부 시절 과오 반복 안 했으면…”

정부세종청사의 한 고위공무원은 공직사회에 이른바 ‘혁신’이 화두가 된 것이 참여정부 때라고 기억했다. 그는 ‘복지부동’으로 일관하던 공직사회를 바꿔 보려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의도는 좋았지만, 혁신의 정확한 의미와 적용 범위를 알지 못한 채 역할과 운영 방식이 전혀 다른 정부와 민간을 무리하게 같이 놓고 비교하다 보니 당초 의도와 달리 다양한 부작용을 낳았다고 회고했다. 그는 “정부는 서비스를 다양화할수록 더 많은 세금을 써야 한다. 다양한 서비스보다는 정해진 예산 한도에서 핵심적이고 본질적인 서비스에 집중하는 ‘선택과 집중’이 더 중요할 수도 있다는 것을 새 대통령도 알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주용준 미래부 공무원 노조위원장은 “지난 3월에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출범식에 참석해 공무원 노조 가입 범위를 확대하고 현행 성과평가 제도를 없애겠다던 약속을 반드시 지켜 달라”면서 “(과거 모든 대통령들처럼) 공약을 뒤집거나 모른 척하지 않고 모든 정책을 투명하게 처리해 달라”고 강조했다.

부처종합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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