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메르스 사태 때 로비”…“증거도 없이 의혹만 제기”

업데이트 2017-04-21 15:52
입력 2017-04-21 13:56

이재용 부회장 재판에서 특검-삼성 또 충돌…‘청탁·로비’ 여부로 설전 “금융당국에도 깨알 로비” vs “민원인이 공무원에 현안 설명…적법행위”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로 감사원이 삼성서울병원을 감사할 당시 삼성 측이 ‘밀착 로비’를 했다는 정황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에서 공개됐다.

특검 측은 이를 ‘부정한 청탁’의 정황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부회장 측은 이런 주장에 의문스러운 점이 많으며 특검이 뚜렷한 증거도 제시하지 않고 단순한 의혹만 제기하고 있다고 정면 반박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2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 부회장의 공판에서 박모 전 삼성증권 고문의 진술서를 공개했다. 박 전 고문은 감사원 감찰관 출신이다.

진술서에 따르면 박 전 고문은 특검에서 “이수형 미래전략실 기획팀장(부사장)이 감사원의 병원 감사에 각자 역할을 분담해 대응하자고 했다”고 말했다.

박 전 고문은 “병원 측은 매일 감사일지를 작성하는 등 업무를 하고, 나는 국장급, 정모 감사는 과장과 실무자를 맡기로 했다”며 “이 팀장이 전체 총괄을, 나는 감사원 수감 부분 총괄을 각각 하기로 했다”고 진술했다.

특검은 이를 두고 “레벨에 맞게 밀착형 로비를 한 것”이라며 “이 선에서 해결이 안 되면 청와대와 수석비서관, 이 선에서도 안 되면 독대 순으로 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검은 삼성 측이 금융당국 인사들을 상대로도 ‘깨알 로비’를 벌였다며 박 전 고문의 문자 메시지 내용을 추가 공개했다.

박 전 고문이 장충기 당시 미래전략실 차장(사장)에게 보낸 문자로, “감독기관 고위 인사가 끝나서 다음 주부터 신임 금융감독원장, 수석 부원장, 증권담당 부원장, 금융위원장, 부위원장 등과 순차적으로 식사 약속 잡혀 있다”라는 내용이 담겼다.

박 전 고문은 문자에서 또 “미안하지만 새로 나온 갤럭시 S6 8대를 지원해주면 유용히 사용하겠다”고 말했다.

다른 문자에는 박 전 고문이 “어제 금감원장 등을 만나서 삼성 금융회사를 잘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전화기 주었더니 ‘예전에 무섭던 감사관한테 선물도 받는다’고 농담했다”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특검은 “‘깨알 로비’가 보인다”며 “계열사 사람들이 경제 관련 여러 주도층에 연결고리를 만들어 놓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부회장 측은 “증거도 없이 단순한 의혹 제기만 한다”고 정면으로 맞섰다.

우선 변호인은 특검의 ‘계열사 → 미래전략실 → 이재용’으로 이어지는 ‘로비 구조’ 도식에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변호인은 “삼성그룹 계열사 사람들이 정부 부처에 로비하고 그게 안 되면 미래전략실이 청와대와 접촉하고, 그게 안 되면 이 부회장이 대통령을 독대한 거라고 특검 측이 말하는데 이 사건에서 미래전략실이 청와대에 부정한 청탁을 했다는 아무런 증거가 없다”며 “특검이 뚜렷한 증거 제시도 없이 단순한 의혹 제기만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메르스 사태와 관련해선 병원 감사 건을 미전실이 맡은 이유가 이 부회장을 위해서라고 특검 측은 보고 있지만 그건 이 부회장과 무관하며 삼성그룹 전체 이미지나 병원 평판, 운영과 관련됐기 때문이었다고 강조했다.

변호인은 “뒤에 나온 (박 전 고문의) 진술을 보면 감사 결과가 안 좋으면 삼성병원이 쌓아왔던 이미지에 손상을 입을 수 있고 오랜 기간 영업정지 처분이 나오면 병원 문을 닫아야 하는 최악의 사태가 나올 수도 있다고 했다”며 “삼성병원 감사 결과는 그룹 공통 이슈에 해당해서 미전실이 관여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변호인은 “특검에서 자꾸 ‘로비’라는 표현을 사용하는데 민원인 자격인 삼성이 공무원에게 현안을 설명하고 입장을 전달하는 건 적법 활동이고 필요한 행위”라며 “그 자체에 아무 문제가 없는데 ‘로비’라고 하면서 불법이 있는 것처럼 말한다. 지금보다도 더 적극적으로 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박 전 고문이 장 전 차장에게 보낸 문자와 관련해서도 “박 전 고문이 고문 계약 만료를 앞두고 장충기에게 얼마나 잘 보이려고 했는지 보이는 부분”이라며 선을 그었다.

당국자들에게 최신 휴대전화를 건넨 의혹도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박 전 고문은 특검이 실제 전화기를 건넸느냐고 묻자 ‘사실은 전해주지 못했다. 장충기 사장에게 과시하기 위해 지어낸 이야기’라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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