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 안종범 “수첩 내용 기억 안 나”…‘모르쇠’ 일관

업데이트 2017-04-21 13:35
입력 2017-04-21 13:33

미르·K 강제모금 부인…“총수 면담, 재단 출연 때문에 마련한 자리 아냐”

‘국정농단’에 연루돼 재판에 넘겨진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비서관이 핵심 증거인 자신의 업무 수첩을 둘러싼 질문에 ‘내용이 기억나지 않는다’는 답변으로 일관했다. 자신과 박 전 대통령 등의 직권남용 및 강요 혐의는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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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범 ’굳은 표정’
안종범 ’굳은 표정’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비서관이 21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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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는 21일 안 전 수석과 ‘비선 실세’ 최순실씨의 공판을 열고 안 전 수석의 피고인 신문을 진행했다.

검찰이 업무 수첩 내용을 바탕으로 계속 질문했지만 안 전 수석은 “잘 기억하지 못한다, 수첩 내용도 처음 보는 것 같다”, “지금은 기억하지 못하겠다”고 답했다.

검찰은 “수첩을 보니까 2015년 1월 ‘VIP 대기업별 문화재단 갹출’ 등의 내용이 있다”, “어떤 지시를 박근혜 전 대통령으로부터 받았나” 등 핵심적인 내용을 물었지만 기억나지 않는다는 답변만 받았다.

안 전 수석은 또 “처음 검찰 조사 과정에서 제출한 수첩에 관해서는 이 법정에서 말할 수 있지만, 이후 내 보좌관이 특검에 낸 수첩 내용은 내가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앞서 안 전 수석 측은 검찰에 냈던 수첩 17권 외에 특검 단계에서 자신의 전 보좌관을 수사할 때 협조하지 않으면 부인을 구속하겠다는 등으로 압박해 확보한 39권의 수첩에 대해서는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면서 ‘위법하게 수집한 증거’라고 주장해왔다.

아울러 안 전 수석은 박 전 대통령이 재직 당시 문화·체육 재단에 출연할 기업 7곳을 선정했다고 인정하면서도 재단 출연을 압박하기 위해 기업 총수들과의 개별 면담을 추진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는 “개별 면담을 한 대통령의 목적은 기업 현안이나 경제를 위한 계획을 듣고 정부 차원에서 협조할 부분을 논의하기 위한 것이었다”며 “재단 출연을 요구하기 위해 만났다는 데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대통령과 경제수석이 기업에 압박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가 아니라는 논리도 폈다. 안 전 수석은 미르·K스포츠 재단의 설립 당시 경제수석이었다.

검찰이 ‘대통령이나 경제수석이 현대자동차의 한전부지 신사옥 등 현안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묻자, 그는 “현대차의 현안은 현대차가 해결하는 것이지 정부나 대통령, 경제수석이 어떤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지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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