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좋아져야 투자와 고용이 일어난다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경기는 심리다. 한국 경제를 이끄는 대기업들이 채용·투자 계획을 확정 짓지 못한다는 것은 대내외적 불확실성이 그만큼 크다는 사실을 방증하고 있다. 총수들을 겨눈 특검 수사는 종료되지 않은 데다 국회의 상법 개정안에 대한 논의는 지지부진하기 짝이 없다. 밖으로 눈을 돌리면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와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등 대외적 변수 또한 정리된 게 없다. 게다가 박근혜·최순실 사태를 통해 반기업 정서가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이런 상황에서 몇 명을 뽑고, 얼마를 투자하겠다고 확실하게 밝힐 수 있겠는가. 반기업 정서가 고용·투자 한파로 이어질 수 있다는 현실적인 우려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SK가 8200명을 신규 채용하고 사상 최대인 17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명시적으로 밝힌 것은 양질의 일자리를 원하는 청년들의 간절한 열망에 대한 화답이라는 점에서 평가할 만하다. 청년 실업은 미래 우리 경제와 사회에 엄청난 대가를 요구할 것이다. 어려운 시기일수록 기업들이 청년 고용에 더 힘써야 하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차기 정권이 들어서면 ‘선물’로 내놓기 위해 채용 계획 발표를 미루는 게 아니냐는 항간의 의구심은 사실이 아니길 바란다. 기업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사회적 공헌은 다름 아닌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다. 30대 그룹은 하루빨리 채용 계획을 발표해야 한다. 정부와 정치권도 합리적인 입법과 정책을 통해 뒷받침해야 함은 당연하다.
2017-02-21 3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