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훈이 다친 뒤 매우 자책했다. 자신이 넘어져 세계선수권 대회 남자팀 추월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고 무척 아파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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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삿포로동계아시안게임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0m에서 우승한 이승훈(29·대한항공)을 놓고 빙상 관계자들은 감탄을 쏟아냈다. 이승훈은 이번 대회를 코앞에 둔 지난 10일 강릉에서 열린 세계선수권 대회 팀 추월경기 도중 넘어져 오른쪽 정강이를 베이는 부상을 입어 제대로 훈련조차 소화해내지 못했다. 당시 여덟 바늘이나 꿰매는 바람에 대회를 포기해야 할 상황에도 후배들 생각에 출전을 강행했다. 통증은 그다지 크지 않았지만, 곡선 주로 등 발을 틀어야 하는 코스에선 부상 부위에 무리가 가해져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로선 힘겨운 결정이었다.일본에 도착한 뒤에도 무리한 훈련을 하지 않고 몸 관리에 힘썼지만 메달 전망은 불투명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날 경기에선 엄청난 부상을 당했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 속력을 보여줬다. 정신력으로 일군 값진 결실이었다.
이승훈은 스케이트를 초등학교 1학년 때 처음 신었다. 그때부터 지독해서 ‘연습 벌레’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덕분에 쇼트트랙과 스피드스케이팅을 넘나들며 각종 상을 휩쓸다가 2009년 4월 쇼트트랙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한 뒤 종목을 바꿔 2010년 밴쿠버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과 은메달을 하나씩 목에 걸었다. 초등학교 시절 코치는 “엿장수 아저씨가 가르쳐도 승훈이는 스케이트를 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