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세습반대 말하며 온몸에 진땀”…김정남 만났던 日언론인 회고

“스무살 이전 부친 김정일과 사이 틀어진 김정남, 김정은 만난적 없어” “김정남-중국 사이 나빠졌을 가능성”…도쿄신문 고미 요지 편집위원

입력:02/17 14:02 수정:02/17 14:04

“김정남은 북한의 세습을 반대한다고 말하면서 온몸에 진땀을 흘렸습니다. 큰 용기를 낸 것이죠. 그 발언으로 북한 주민들은 희망을 가지기도 했다고 합니다.”

▲ 김정남 접촉 日언론인 ”김정남, 김정은과 만난적도 없어”
일본 도쿄신문의 고미 요지(五味洋治) 편집위원은 17일 일본 도쿄 시내 주일외국특파원클럽(FCCJ)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김정은과 만났을 당시에 대해 회고하고 있다. 그는 김정일이 김정은과 한번도 만난적 없는 사이라는 사실을 소개하며 그가 북한의 세습체계를 반대한다고 말할 때 온몸에 땀을 흘렸을 정도로 용기를 냈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일본 도쿄신문의 고미 요지(五味洋治) 편집위원은 17일 일본 도쿄 시내 주일외국특파원클럽(FCCJ)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김정남과 만났을 당시에 대해 이렇게 회고했다.

그는 최근 말레이시아에서 피살당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과 가장 많이 접촉한 언론인이다. 2011년 1월과 그해 5월, 다음해 1월 3차례에 걸쳐 7시간 동안 인터뷰했고 150회 가량 이메일을 주고받았다.

김정남은 그를 만나 북한의 세습에 반대한다고 용기를 내서 말했고 이는 고미 위원이 펴낸 책 ‘아버지 김정일과 나’를 통해 세상에 알려진 뒤 북한에까지도 전해졌다.

고미 위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김정남이 자신을 통해 한 발언이 피살의 원인이 됐을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김정남에게서 “1990년대 김정일과 북한 경제 시설을 시찰하던 중 의견차가 생긴 뒤 후계 구도에서 멀어졌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으며 김정남이 김정은과는 한번도 만난 적 없는 사이라는 사실을 소개하기도 했다.

다음은 기자회견에서 기자들과 주고받은 일문일답.

-- 김정남은 어떤 사람이었나

▲ 김정남에 대해서는 플레이보이에 여성관계도 복잡하다는 얘길 들었고 도박과 관련해서도 말이 많았다. 하지만 직접 만나보니 상당히 지적이었다. 예의가 바르고 유머도 있었다. 실제 모습과 루머는 달랐다.

-- 김정남이 인터뷰에서 북한의 세습 체계에 대해 비판했고 그 내용이 책으로 나왔다.

▲ 지금 상황에서 내가 그에 대해 칭찬하고 싶은 것은 용기다. 김정남은 자기 나름의 결심을 통해 북한의 시스템에 대해 비판하고 싶어 했다.

그는 ‘권력 세습이 사회주의에 적당하지 않다’, ‘지도자는 민주적인 방식으로 선택돼야 한다’, ‘북한에서 중국식 경제개혁과 경제 자유화가 진행돼야 한다’고 했다.

김정남이 위험을 느끼면서도 자기 의견을 평양에 전하고 싶었던 것 같다. 2011년 마카오에서 인터뷰했을 때 그는 온몸에 진땀을 흘리며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자기의 발언이 북한에 어떤 식으로 받아들여질지 생각하면서 괴로워했던 것 같다.

-- 그가 한 세습 반대 메시지가 북한 주민들에게 전달됐다고 생각하나

▲ 김정남이라는 존재는 북한에서는 이미 잊혀졌다고 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휴대전화나 국경을 넘나드는 활동이 많아져 김정남이라는 사람의 존재와 그의 발언이 과거보다 더 많이 알려졌을 것 같다.

한 탈북자가 내게 북한 내부에서도 ‘김정일의 장남이 북한을 비판한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고 했다. 그 얘기를 듣고 뭔가 북한이 바뀌는 계기가 될 수 있겠다 하는 그런 희망이 생겼다고 하더라.

그게 김정은에 대한 반대 운동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은 아마 없었을 것 같다. 그 정도의 위험한 상황이었다면 김정남이 혼자 공항에 가고 또 여기저기 해외에 나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 김정남이 김정일의 후계자에서 일찌감치 멀어졌다는 이야기도 있다. 2001년 일본에 위조여권으로 입국하려다 들통난 뒤 이미 후계 구도에서 멀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 그는 일본에 왔다가 공항에서 구속된 것이 후계 구도에서 벗어난 계기는 아니라고 내게 말했다. 당시에 대해서는 위조여권으로 입국하려 한 것이 상당히 부끄러운 일이라고 했다.

그는 9살에 해외 생활을 시작했다고 한다. 스위스 제네바에서 공부하다가 20살이 되기 전 1990년대 전반에 일단 귀국을 했다.

그때 김정일과 북한 전국의 경제 개발 상황을 시찰했는데, 유럽에서 보고 배운 방식과 북한의 실제가 달라서 김정일과 의견 충돌이 있었다고 했다. 이 일을 계기로 최종적으로 북한을 떠나 생활하게 됐다고 한다. 이런 얘기를 종합하면 적어도 한때는 아버지가 그를 후계자로 봤던 것 같다.

-- 중국 정부가 김정남을 보호해왔지만, 이번 사건에서 김정남은 보호를 받지 못했다

▲ 그는 중국에 집이 있었고 중국의 보호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내가 마카오에서 그를 처음 만났을 때 중국인 운전사가 차로 배웅을 나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중국의 보호가 약해졌다는 얘기를 김정남의 친구에게서 들었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중국과 김정남 사이의 관계가 최근에는 이전처럼 좋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중국은 이번 사건에 대해 정식으로 반응을 보이지 않고 망설이고 있는 것 같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중국과 북한 사이의 관계가 나빠질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한다.

-- 김정남과의 만남에서 가장 기억이 남는 것은 무엇인가

▲ 그는 일본에 적어도 5번 왔다. 도쿄의 고급 음식점에서 술을 마시는 것이 좋다고 했다. 술집에서 한국, 북한, 일본에서 온 사람들과 함께 노래하면서 술을 마시는 것이 좋다며 이런 식으로 세계의 벽이 없어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나는 도쿄신문에서 외교 정책을 담당하는데, 기사를 쓸 때 이 말을 생각하곤 한다.

-- 김정남이 김정은이나 (김정일의 둘째 아들인) 김정철과 만난 적 있나

▲ 김정남은 김정은과는 만난 적이 없다고 했다 김정철과는 해외에서 만난 적이 있다고 하더라. 김정은의 성격에 대해 물었더니 만난 적이 없어 코멘트 할 수 없다고 했다.

-- 김정남 피살 소식을 듣고 어떤 느낌이었나

▲ 개인적으로 엄청난 쇼크였다. 나뿐 아니라 부인도 쇼크를 받아 어제는 밤중에도 울었다. 김정남을 처음 만날 때 부인이 같이 동행해 사진을 찍어주기도 했다.

위험을 감소하고 김정남을 만난 것은 북한이 일본에 가장 적대적인 국가이지만 루머나 정부 발표만 가지고 기사를 쓰지 말고 실제 사람의 목소리를 듣자는 생각에서였다.

취재 후 기사를 내보낸 뒤 김정남에게서 ‘북한에서 경고가 왔다’는 이메일을 받았다. 한동안 정치 관련 얘기는 그만하고 대신 교류는 계속 하자고 했고 나중에 설득해서 책으로 펴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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