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전등화’ 한국 해운업…“위기를 기회로 바꿔야”

업데이트 2017-02-17 10:20
입력 2017-02-17 10:20
“이미 한국 해운에 신뢰를 잃은 화주들이 다시 찾아줄지 모르겠네요. 어떤 항공사 비행기를 타고 가다가 중간에 낙오된 경험이 있다면 다시는 그 회사 항공기를 안 타지 않겠습니까?”

한진해운이 끝내 파산 선고를 받자 해운업계 관계자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전한 말이다.

한진해운이 17일 파산 선고를 받으면서 한국 해운업도 격랑에 휩싸였다.

세계 경기침체에 따른 물동량 둔화와 선박 공급 과잉이 지속하면서 이미 장기 불황의 늪에 빠진 해운시장은 올해도 회복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진해운 사태 이후 글로벌 대형 화주들이 한국 해운업에 대한 신뢰를 잃은 가운데 해외 대형선사들이 인수합병(M&A)을 통한 몸집 불리기로 시장 점유율 확대에 나서면서 국내 해운 기업들은 풍전등화 처지에 몰렸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등에 따르면 올해 컨테이너선·벌크선·탱커선 등 선박량 증가율은 3.7%로 지난해(2.2%)보다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1만5천TEU(1TEU는 20피트 길이 컨테이너 1개) 이상인 초대형 컨테이너선 공급량은 올해 34.7%나 급증할 전망이다.

반면 올해 해운물동량 수요 증가율은 2.3%에 그칠 것으로 분석됐다.

KMI는 올해 글로벌 해운얼라이언스(해운동맹)가 양강 체제로 재편되면서 해운사 간 치킨게임이 재발할 우려가 있으며, 치열한 경쟁으로 운임이 더욱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는 국적 1위 선사가 되는 현대상선을 중심으로 해운업 경쟁력 회복을 위한 대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우선 한국선박해양이 다음 달 초까지 현대상선의 선박 10척을 매입하는 등 7천200억원 규모의 자본 확충을 지원한다.

이를 통해 현대상선은 향후 5년간 2천억원 이상의 손익이 개선되고 5천억원이 넘는 추가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을 전망이다.

수년 내 국내 선복량이 한진해운 침몰 이전인 100만TEU를 회복하도록 선대 규모를 키우기 위해 최대 20척의 선박 신조를 돕고 국적 터미널운영사를 만든다.

이 밖에 현대상선과 근해선사인 장금상선, 흥아해운이 결성해 다음 달 출범하는 ‘미니 동맹’인 HMM+K2 컨소시엄은 국내 대부분의 선사가 참여하는 조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한진해운의 주요 자산을 인수해 3월 중 영업을 개시하는 SM상선도 정부의 각종 지원책을 활용하도록 돕는다는 계획이다.

전문가들과 업계는 해운업 육성 정책이 신조 선박 발주 지원 외에도 M&A를 위한 자금 확보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지적한다.

세계 해운시장에서 굵직한 M&A가 잇따르는 것에 발맞춰 국내 선사도 결국 몸집을 불려야 생존 싸움에서 이길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선사 규모가 크면 화주들의 신뢰도 높아지기 마련”이라며 “국내 선사가 금융당국의 자금 지원을 받아 우량한 해외 선사를 인수해 덩치를 키우도록 추가 대책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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