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통·분노 난무한 트럼프의 75분 회견…“난장판 물려받았다”

업데이트 2017-02-17 10:44
입력 2017-02-17 09:52

국정 난맥 지적에 “정부, 잘 조율된 기계처럼 돌아가” 일축

러시아 스캔들 관련 언론보도에 강한 불만…“원하는대로 써봐야 가짜뉴스”

“국내외적으로 난장판을 물려받았다.”
이미지 확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 연합뉴스
원본 이미지입니다.
손가락을 이용하여 이미지를 확대해 보세요.
닫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무려 75분 동안 선 채 기자회견을 했다. 지난달 20일 취임 후 가장 긴 시간의 회견이었다.

‘불법 가정부’ 고용 논란으로 낙마한 앤드루 퍼즈더를 대신할 새 노동장관 후보 알렉산더 아코스타를 ‘간략히’ 소개하려던 자리가 사실상 예정에 없던 ‘취임 한 달 회견’으로 변했다.

러시아와의 유착 스캔들과 정보기관 정보 유출, 언론과의 적대적 관계, 인사 난맥상, 인종 차별 논란 등에 대한 날카로운 질문이 이어지고, 이를 트럼프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해명하고 반박하다 보니 의도와 관계없이 회견이 길어지고 말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각종 의혹과 비판이 사실이 아닐 뿐 아니라 심지어 언론이 고의로 만들어낸 ‘가짜뉴스’라며 언론 탓을 했다.

특히 네 차례나 ‘난장판(mess)’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국내외에서 발생한 모든 문제의 책임을 전임자인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에게 돌렸다.

‘난장판’을 물려받았음에도 지금 트럼프 행정부는 “잘 조율된 기계”처럼 잘 돌아가며, “이렇게 짧은 시간에 많은 걸 해낸 대통령은 유례가 없었다”는 것이다.

특유의 독설과 다소 큰 손 동작도 여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새 정부와 러시아와의 커넥션 의혹을 줄기차게 지적해온 뉴욕타임스(NYT),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언론사를 거명, “(정보기관의) 정보 유출은 사실이고, 뉴스는 가짜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여러분(언론)이 러시아에 대해 원하는 대로 말해도 된다”면서 “그러나 그건 허구의 가짜뉴스”라고 수차례 강조했다.

특히 CNN 기자가 “대통령께서 우리 회사를 ‘가짜뉴스’라고 했는데…”라며 질문을 시작하자, 말을 가로채며 “(그러면) 말을 바꾸겠다. ‘진짜(very) 가짜뉴스’”라고 면박을 줬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 흑인 여기자가 “도심 빈민가 문제 해결을 위해 흑인·히스패닉 의원 모임도 참여시킬 것이냐”고 물은 데 대해서는 “그들이 당신의 친구냐. 만남을 주선해 달라”고 말해 인종 차별성 발언이 아니냐는 논란도 낳았다.

그는 또 흑인 의원 모임 소속인 민주당 엘리야 커밍스 의원과도 만나려고 약속까지 잡았지만, 결국 취소됐다고 전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찰스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가 커밍스 의원에게 자신을 만나지 말라고 했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커밍스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어낸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반박해 진실 공방이 벌어지기도 했다. 커밍스 의원은 여전히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처방약 가격 급등에 관해 토론하고 싶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대선에서 (언론은) 당선에 필요한 270명은커녕 230명 확보도 불가능하다고 했지만, 나는 306명의 선거인단을 차지했다”, “내가 당선되자 벌써 일자리가 창출되고 있다” 등 자화자찬성 발언을 주저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장광설’에 가까운 자신의 연설 태도를 언급하면서 “내가 호통치고 발광하는 게 아니다. 단지 당신은 정직하지 못한 사람이라고 말하는 것”이라고 변명하기도 했다.

이처럼 트럼프 대통령이 긴 시간 적극적으로 최근 제기된 모든 의혹을 일축하고 나섰지만, 이날 회견에서 나타난 양측의 분위기를 반영하듯 언론들은 비판 일색의 평가를 내놓았다.

CNN방송은 이날 회견에 대해 ‘트럼프의 거친 기자회견 - 역사상 놀라운 순간’이라며 유례를 찾기 힘든 회견이라고 비판했다.

워싱턴포스트(WP)도 “놀랄 만한 일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모든 사안에 대해 다 건드렸고, 불만이 가득했다”고 주장했고, NYT는 회견 내용에 대해 “백악관에서 유례가 없을 만큼 비정상적으로 원색적이고 분노에 찬 방어로 일관됐다”고 비난했다.

연합뉴스

에디터 추천 인기 기사

많이 본 뉴스

120년 역사의 서울신문 회원이 되시겠어요?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