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다큐] 독수리 5형제 그들이 있어 산은 더 아름답다

이언탁 기자
업데이트 2017-01-08 17:39
입력 2017-01-08 17:24

33년간 등산객 지켜온 ‘북한산 경찰산악구조대’

북한산은 대한민국 오악(五嶽) 중 하나로 산세가 수려하고 도심에서 가까워 많은 등산객의 사랑을 받는다. 그만큼 사고도 많다. 특히 요즘 같은 겨울철엔 급작스러운 기상변화와 미끄러짐 등 위험 요소가 산재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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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악구조대
산악구조대 구조는 시간 싸움이다. 전성권 북한산 경찰산악구조대장이 대원들과 겨울철 산악 등반 중 일어날 수 있는 사고를 가정해 북한산 식당 바위에서 서울경찰청항공대 소속 차상현·류성태 경위가 조종한 MI172 헬기로 환자를 이송하는 훈련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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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 구조 요청~.” 전성권 대장에게 다급한 무전이 들어왔다. 북한산 승가봉에서 등산객이 추락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대장의 지시와 함께 대원 5명이 쏜살같이 장비를 챙겨 들고 출동한다. 지난밤에 내린 눈으로 사고 현장으로 통하는 지름길이 미끄럽다. 하지만 촌각을 다투는 위험 상황일 수 있기 때문에 1분 1초라도 빨리 현장에 도착해야 한다. 300여m의 가파른 바윗길을 뛰다시피 오른 대원들은 10여분 만에 현장에 도착했다. 추락과 동시에 한쪽 다리가 부러지는 중상을 당한 등산객은 즉시 구조돼 서울경찰청항공대 소속 헬기로 이송돼 병원으로 옮겨졌다. 강북경찰서 ‘북한산경찰산악구조대’는 조난 및 추락 등 산악 사고로부터 등산객을 지키는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1983년 창설됐다. 사고 현장엔 어김없이 구조대가 출동한다. 북한산 전체가 이들의 경비 구역이고 구조활동 지역이다. 북한산에서 일어나는 조난, 추락, 실종 사고는 물론 암벽 등반 도중 일어나는 도난 사고까지 처리한다.

●조난·추락·실종·도난 사고까지 처리… 33년간 4200명 구조

대원들은 산악 구조의 베테랑들이지만 반복되는 훈련은 필수다. ‘바람도 쉬어 간다’는 북한산 하루재에서 10분을 더 오르면 인수봉 바로 아래 ‘산속 경찰서’라 불리는 구조대 초소가 자리잡고 있다. 대원들이 암벽 구조 훈련을 하고 있었다. 보기만 해도 다리가 떨릴 정도로 가파른 수직 암벽을 신속하게 오르내린다. 그냥 오르기도 힘든 암벽에서 부상자를 구조해야 하기에 암벽 타는 실력은 기본이다. 단 한 번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각오 없이는 버텨 내기 힘든 고된 훈련이다. 전 대장은 “북한산은 암벽이 많아 구조 시 평소 훈련이 부족하면 2차 사고로 이어진다”며 강인한 체력과 지속적인 훈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들에게 구조는 시간과의 싸움이다. 아무리 가벼운 부상이라도 치료가 늦어지면 쇼크나 저체온증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주용 대원은 “부상을 당해서 신음하고 있을 환자를 생각하면 마음이 바빠진다”며 “신속한 구조를 하기 위해 체력 훈련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작은 초소 안에서 모든 걸 해결해야 하는 구조대의 산속 생활은 혹독하다. 일주일에 한두 번 식재료를 사기 위해 산을 내려간다. 부식은 물론 LP 가스가 떨어지면 40㎏이 넘는 가스통을 지게에 지고 40분 동안 오르막길을 올라야 한다. 윤준상 대원은 “이것도 체력 단련을 위한 스스로의 훈련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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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원들이 등산 중 사고를 당한 시민을 안전하게 대원의 몸에 고정시킨 뒤 잠수함 바위 능선을 오르며 이동하는 훈련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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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의 대부분은 정상을 찍고 내려오다 발생한다. 사고를 당한 시민을 구조하는 자일로 구조대원들이 암벽 타기 훈련을 하고 있다. 이 자일은 순간 충격 3t씩을 견뎌 낼 수 있는 강도를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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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 중 발목을 삐어 구조대에 신고해 온 시민이 119구급대 차량으로 옮겨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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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인한 체력은 구조 대원의 기본이다. 암벽 등반용 로프와 응급치료용 의약품 등 구조대원 개인 배낭에 들어가는 각종 구조 장비들은 20㎏에 달한다. 대원들이 훈련을 마치고 저녁 자유 시간에 산악구조에 필요한 체력 강화를 위해 각자 자신의 신체 근육을 늘리는 운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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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훈련을 마치고 함께 모여 점심식사를 즐겁게 하고 있다. ‘모두를 위한 하나, 하나를 위한 모두’의 대원들은 인화로 하나가 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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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악 구조는 시간과의 싸움… 암벽타기·체력훈련으로 대비

구조대는 33년 동안 4200여명의 고귀한 생명을 구했다. 매달 10명 이상의 부상자를 북한산 각지에서 구조한 셈이다. 대원들에게 등산로는 곧 생명길이다. 인명을 구조할 때 이용하는 단축 루트를 손바닥 보듯 훤히 꿰고 있어야 한다. 사고자가 어디서 몇 분 전에 출발했는지를 알면 사고 지점을 파악할 수 있을 정도다. 인수봉을 비롯한 북한산 전역을 동분서주하며,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했을 법하다. 겨울 산행은 자칫하면 큰 낭패를 당할 수 있다. 구두나 운동화 차림은 절대 금물이다. 반드시 등산화를 챙겨야 한다. 체온 유지에 필요한 여벌의 옷과 열량이 높은 간식을 챙겨 가는 것도 기본이다. 이상기후에 따른 사고도 항상 염두에 둬야 한다. 누구나 당할 수 있는 위기 상황과 언제든 불시에 발생하는 조난 사고. 전 대장은 “구조의 손길을 찾는 등산객이 있는 한 산악구조대는 24시간 비상대기 상태”라며 활짝 웃었다.

글 사진 이언탁 기자 utl@seoul.co.kr
2017-01-09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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