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트 신기록보다 놀라운 ‘4인의 사무라이’

임병선 기자
업데이트 2016-08-22 11:33
입력 2016-08-21 18:12

100m 9초대 선수 한명도 없는 日… 아시아 최초 400m 계주 은메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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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남자 400m 계주 대표팀의 자메이카 혼혈 아스카 케임브리지(왼쪽부터), 기류 요시히데, 이즈카 쇼타, 야마가타 료타가 지난 20일 리우올림픽 결선에서 아시아기록을 고쳐 쓰며 은메달을 확정한 뒤 일장기를 어깨에 두른 채 포즈를 취하고 있다.
 리우데자네이루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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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m를 9초대에 달리는 선수가 한 명도 없는 일본이 400m 계주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야마가타 료타, 이즈카 쇼타, 기류 요시히데, 아스카 케임브리지가 이어 달린 일본 대표팀은 지난 20일 리우올림픽 육상 이 종목 결선에서 자메이카(37초27)에 이어 37초60에 결승선을 통과하며 전날 예선에서 기록한 아시아신기록(37초68)을 하루 만에 고쳐 썼다. 미국은 3위로 결승선을 통과했으나 나중에 바통 인계구역을 벗어난 것으로 확인돼 실격되며 캐나다에 동메달마저 넘겼다.

일본의 기적은 거저 이뤄진 건 아니었다. 현지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이들은 바통을 아래에서 위로 건네주는 ‘언더핸드 패스’를 가다듬었다. 지난 3월부터는 이 훈련에만 매달려 대회 개막에 닥쳐 부랴부랴 준비한 자메이카와 달랐다. 자메이카의 마지막 주자(앵커)인 우사인 볼트도 “매우 부드러웠다”고 감탄할 정도였다.

개인의 특성을 세밀하게 살펴 주자를 배치한 것도 좋은 결과를 가져왔다. 첫 주자로는 스타트가 가장 좋은 야마가타를, 두 번째로는 런던올림픽 경험에다 언더핸드 패스에 능숙한 이즈카를, 세 번째로는 곡선 주로에 강하고 마음이 급한 앵커를 쫓아갈 만큼 뒷심이 좋은 기류를 포진시켰다. 앵커로는 경험은 적지만 막판 스퍼트에 강한 아스카를 선택했다.

자메이카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 태어난 아스카는 두 살 때 일본으로 이주해 학교를 모두 일본에서 다녔고 검은 피부색에도 불구하고 “난 일본인”이라고 자부했다. 10초10이 최고 기록인 그는 볼트와 마지막 구간 중반까지 대등하게 맞섰지만 넘어서지는 못했다. 하지만 아시아의 올림픽 육상 역사를 새로 쓰는 데 부족함이 없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2016-08-22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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